블랙퀸즈 최고의 리드오프이자 사랑받는 며느리, 생후 16개월 아들을 둔 돌끝맘,
그리고 25년째 지켜오고 있는 의리…. 알면 알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주수진을 만났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주루 센스까지 야구에서 리드오프(1번 타자)는 운동 신경이 좋은 선수들이 맡는 포지션이다. 채널A '야구여왕’ 블랙퀸즈 팀에선 주수진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즌2 1~5차전 합산 타율 3할 8푼 1리, 4타., 11득。으로 팀 내 최다 득.을 기록 중이다. 수비에서도 내야와 외야를 오가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100m를 14초 초반에 주파할 만큼 타고난 운동 감각을 지닌 주수진은 초등학교 때 우연히 시작한 축구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2010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FIFA U-17 여자 월드컵 스페인과의 준결승에서 역전골을 터뜨리며 결승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대표팀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하며 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2019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뒤에는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2023 FIFA 여자 월드컵 중계에도 참여했다.
2023년 결혼해 16개월 된 아들 시우를 둔 그는 출산 4개월 만에 10kg을 감량하고 '야구여왕’ 트라이아웃에 도전했다. 시즌1 훈련 중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꾸준히 재활과 피지컬 보강 훈련을 한 뒤 다시 팀으로 돌아왔다. 육아와 운동을 병행하는 게 힘들 법도 한데, 그는 "배팅장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며 웃는다.
주수진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운동 잘하는 선수’라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경기마다 관중석을 찾아 응원하는 시부모님 덕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며느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운동한 친구들과는 25년 넘게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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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도 "한 놈만 패는 스타일"이라며 "한번 빠져들면 잘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말한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좀처럼 놓지 않는 '의리파’이자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그래서인지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주수진과 나눈 이야기를 소개한다.
출산 4개월 만에 10kg 감량하고 '야구여왕’ 합류
‘야구여왕’ 출연 이후 달라진 。이 있다면요.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마트나 베이비 카페 같은 곳에 가면 알아보시는 분들이 조금 있긴 해요.
팀 동료와 코치진이 한결같이 '운동 센스가 좋은 선수’로 주수진을 꼽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빠르다" "운동 신경이 좋다" "실력이 빨리 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100m를 14초 초반에 뛰었거든요. 운동이랑 예체능을 워낙 좋아해서 공부는 안 하고 그런 쪽을 열심히 했습니다(웃음).
축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운동을 잘하니까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할 때도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나보다 잘해?" 하면서 내기를 걸어오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축구 선수들 유니폼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요. 마침 그때 저희 학교에 여자 축구부 창단 공문이 왔고,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이 저를 추천해줘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됐어요.
여자 축구 국가대표로 황금 세대를 이끌었는데, 운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을 꼽자면요.
소소하게는 경기 전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이런 플레이를 해봐야지’ '이런 식으로 패스를 넣어봐야지’ 상상했던 게 실제로 이루어졌을 때 좋았고요. 크게는 우승했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나갔을 때였는데요. 사실 당시는 그게 얼마나 큰 대회인지 잘 몰랐어요.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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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순간은…, 뛰는 걸 좋아하고 체력도 좋은 편이지만 경기하다 보면 항상 극한까지 몰아붙이기 때문에 매 순간 힘들었어요. 초등학교 때 저희 팀 별명이 '실미도’였거든요. 체력 훈련 많이 하기로 유명한 팀이었어요.
축구를 그만둘 때 아쉬움이 컸나 봐요. 한동안 축구하는 꿈을 계속 꿨다고요.
어렸을 때부터 "한번 수술을 하게 되면 운동을 안 하겠다"는 말을 스스로 해왔던 터라 부상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고, 그래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큰 부상은 거의 없었어요. 근데 은퇴할 때쯤 발목 수술을 하고 재활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걸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일찍 그만두게 됐어요. 아쉽기도 했는데,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라 나름 덤덤했던 것 같아요.
서울시청 소속의 축구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의 주수진.
출산 4개월 만에 '야구여왕’ 트라이아웃에 참여했습니다. 산후 바로 운동을 해도 괜찮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임신하면서 몸무게가 20kg 가까이 늘어서 빨리 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부터 필라테스와 요가를 했고, 퇴원해서는 아이가 자는 시간을 이용해 가벼운 러닝과 시이클도 했어요. '야구여왕’ 선발 테스트 당시에는 이미 10~15kg 정도 빠진 상태였고, 지금까지는 5kg이 더 빠져서 총 15~20kg 정도 감량한 것 같아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야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스포츠라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몸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카톡 프사에 며느리 사진 저장하는 시부모님
시부모님이 항상 경기장에 나와 응원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사랑받는 비결이 있다면요.
저희 시부모님은 제 경기 응원하는 걸 너무 좋아하셔서 경기 일정을 중심으로 스케줄을 짜요. 다른 일정이 있어도 미리 끝내고 오실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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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자랑보다 제 자랑을 더 많이 하시고, 카톡 프로필도 제 사진으로 도배할 만큼 사랑해주세요. 제가 밝고, 에너지가 많고, 부모님을 특별히 어렵지 않게 대하는 편인데, 오히려 그게 쿨해서 좋다고 하셨어요.
남편이 주수진 씨의 플레이에 대해 평을 하면 화가 난다고요. 남편과는 어떻게 만났나요.
그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한 얘기예요(웃음). 이미 경기가 끝난 상황에서 옆에서 피드백을 주면 마치 훈련을 다시 받는 기분이 들거든요. 남편도 대학 시절까지 축구 선수였어요. 동네에서 축구를 하며 자연스레 가까워졌고요.
육아와 운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남편이 육아를 잘하는 편이고, 시부모님도 많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가족들의 서포트 덕분이죠. 그리고 25년 지기 단짝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시즌1 촬영 당시 만삭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저희 집에 와서 아이를 봐주기도 했어요. 지금은 출산해서 그 아이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요(웃음).
25년 지기라니, 대단한 우정이네요.
축구가 맺어준 인연이죠. 초등학교 때 같이 운동했던 친구 8~9명이 있는데, 서로 볼 꼴 못 볼 꼴 다 본 허물 없는 사이예요. 매년 명절마다 모이고, 서로 행사가 있으면 꼭 챙겨요.
아들도 엄마가 TV에 나오는 걸 좋아하나요.
일단 유니폼 입은 사람은 다 엄마인 줄 알아요(웃음). 집에 '야구여왕’ 유니폼이나 관련 물건이 있으면 자꾸 저한테 가져와서 입어보거나 야구를 해라고요 해요. 어린이집에 제 직업을 따로 얘기한 적이 없는데, 시우가 어린이집에서 자꾸 "파이팅!"을 외친다며 선생님이 제 직업을 물어보신 적도 있어요(웃음).
‘야구여왕’ 시즌 1부터 줄곧 1번 타자로 출전하며 득。과?수비 등에서 고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주수진. 16개월 된?아들 시우는 돌잡이 때 돈과 공을 함께 잡아 엄마를 이은 ‘운동 스타’?탄생을 기대하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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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돌잡이 때 축구공과 돈을 한꺼번에 잡았는데, 운동을 한다면 어떨 것 같나요.
마침 '야구여왕’ 팀이 돌잡이 촬영을 왔는데, 돈이랑 공을 한꺼번에 잡아서 '얘가 방송을 좀 아네’ 싶었어요(웃음). 운동을 한다면 무조건 밀어줄 생각이고요, 이왕이면 축구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쪽에 전문성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야구와 축구의 매력을 비교해볼 때, 다시 태어나면 어떤 운동을 할 것 같나요.
축구로 인해서 야구로까지 이어진 거니까, 다시 태어나도 축구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해서인지, 기술적으로는 야구가 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축구는 발로 하는 운동이라 어렵긴 마찬가지예요. 머리에서 제일 먼 곳이 발이라, 발 다루기가 원래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발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면 다른 스포츠도 다 잘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친구들과의 우정을 오래 이어오는 。, 또 축구를 선택하는 걸 보면 의리 있는 스타일 같아요.
제가 한 놈만 패는 스타일이거든요. 한번 빠져들면 잘 헤어나오지 못해요. 그래서 좀 깊게 우정을 다지는 편이에요.
‘야구여왕’ 시즌1보다 시즌2에서 실력과 팀워크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성적을 떠나서 거의 1년 동안 동고동락하다 보니 서로 애틋하고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사이가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죠. 야구는 팀 스포츠라, 이런 분위기가 경기에서 시너지로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야구여왕’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잘해서 뿌듯한 순간도 있지만, 팀 스포츠다 보니까 힘들어했던 동료들이 그걸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고 뿌듯해요. 어려운 타구를 잡아냈을 때는 '와, 미쳤다. 나 너무 잘했다’ 이런 생각을 솔직히 하긴 해요(웃음).
"나에게 블랙퀸즈는 '선물’ 같은 존재"
새로 합류한 박민서, 송민지 선수의 활약도 돋보이는데,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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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는 원래 야구로 유명했던 친구고 잘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되나’ 싶어서 계속 보게 돼요. 근데 쉽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민지는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알 수 없는 투구 메커니즘이 있어요. (그가 던진) 공을 칠 수가 없어요. 되게 매력적인 선수예요.
운동 능력치가 뛰어나거나 대단하다고 느낀 선수가 있다면요.
다들 금메달도 따봤고, 우승도 해봤고, 각자의 영역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라 운동 능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고요, 성실함과 노력을 보자면, (김)성연 언니와 이수연 선수를 꼽고 싶어요. 시즌1 초반부터 탁월한 실력은 아니었지만, 방송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연습을 해왔고 지금 그 결과가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아요. 요즘 두 사람이 경기장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나중에 정말 무서운 선수들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랑 이수연 선수와 같이 '93즈(93년생 동갑내기)’인 박하얀 선수도 정말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친구고요.
‘야구여왕’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축구도 그렇고, 야구도 그렇고 남자가 더 인기가 많은 종목인데, 요즘 방송에서 여성들이 풋살을 하고 야구를 하면서 관심이 조금씩 생기고 있잖아요. 저희를 통해서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들이 좀 더 늘고, 인기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주수진에게 블랙퀸즈란 어떤 의미인가요.
‘선물’이에요. 축구를 그만두면서 '다시는 운동 같은 거 안 하겠다’ '밤에 라면도 먹고, 휴가가 끝나간다는 걱정도 안 하면서 푹 퍼져 놀겠다’고 다짐했었거든요. 근데 뭔가 공허하고 성취감이 없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야구를 하게 되면서 선수 시절 느꼈던 열정, 힘든 걸 극복해나갈 때 도파민이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나는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를 깨달았고, 좋은 동료들과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는 방송까지 하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으니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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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