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고교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번 시위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는 학생들이 외치는 요구가 놀랄 만큼 지금의 한국 학교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부족하고, 결원이 생겨도 제때 대체되지 않는다. 한 교실에 학생이 몰리고, 학교 건물은 낡았다. 여름이면 교실이 찜통이 되고 겨울이면 냉기가 돈다.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목과 진학 정보가 달라지고, 복잡한 대학입시 앞에서 소외지역 학생들은 자신이 처음부터 불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는 박탈감을 느낀다.
이것은 프랑스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이미 마주하고 있는 이야기다.
▲ ?교실수업 모습
ⓒ 김대성(AI활용)
프랑스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
프랑스 고교생 시위는 특정 교육정책 하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2026년 9월 시작된 시위에서 학생들은 반복해서 교사와 지원인력 부족, 결석 교사 대체 문제, 35명 안팎의 과밀학급, 과도한 시간표, 낡은 학교시설, 대학입학 플랫폼인 '파르쿠르숩(Parcoursup)'이 주는 진학 불안을 호소했다. 10월 1일에는 프랑스 교육부 집계로 1020개가 넘는 고교에서 시위나 파업이 벌어졌다.
<르몽드>가 공공통계를 분석한 결과 프랑스 공립 일반·기술계 고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30명을 넘고, 수업 결손과 교사 부족도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학교시설 문제도 심각하다. 학생들은 무더위 속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교실, 물이 새고 벽에 구멍이 난 학교를 이야기했다. 프랑스 정부가 시위 이후 공식적으로 내놓은 대책도 '결석 교사 대체, 학교시설 개선, 일과 조정, 진로·진학 개선, 학생 참여 확대' 다섯 가지였다.
결국 학생들이 요구한 것은 거창한 미래교육이 아니었다. 교사가 있고,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안전하고 쾌적한 교실에서 공부하며, 사는 지역과 가정형편 때문에 자신의 미래가 제한되지 않는 것. 공교육의 기본이었다.
한국 학교도 이미 같은 징후를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를까.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신규 교원 선발 규모는 빠르게 줄고 있다. 교육부가 공개한 2027학년도 공립 초등교사 모집 규모는 전국 2821명 수준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세종과 대전이 각각 4명, 광주는 3명에 불과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학생 수가 감소하는 속도와 학교에 필요한 교육기능이 줄어드는 속도가 같지 않다는 데 있다.
학교에는 담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초학력, 특수교육, 상담, 다문화교육, 돌봄, 학교폭력 예방, 정보교육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 작은 학교일수록 교사 한 명이 줄어들 때 사라지는 교육기회는 훨씬 크다.
정규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그 빈자리는 기간제교원과 강사가 메운다. 광주시교육청 교육통계를 보면 정규교원은 2023년 1만 3471명에서 2025년 1만 3046명으로 줄었지만 기간제교원은 같은 기간 2650명에서 2836명으로 늘었다. 특히 고등학교 기간제교원은 2025년 1196명에 이른다. 전국을 하나의 수치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부 지역에서는 정규교원이 줄고 기간제교원이 늘어나는 현상이 이미 확인된다.
고교학。제에서는 문제가 더 분명하다.
▲ ?고교학.제
ⓒ 김대성(AI활용)
2026년 국정감사에서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국 12학급 이하 소규모 일반고의 평균 개설과목은 25.8개였다. 그 밖의 학교는 29.3개였다. 인천은 격차가 훨씬 컸다. 소규모 고교는 18.6개, 나머지 학교는 29.1개로 무려 10.5개 차이가 났다. 소규모고의 평균 교사 수도 전국 16명인데 인천은 12명에 불과했다.
학생에게 과목을 선택하라고 해놓고 정작 학교에 가르칠 교사가 없다면 그것을 진정한 선택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교육부와 교육청도 순회교사, 공동교육과정, 온라인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경기도교육청의 고교학.제 지침조차 소인수 선택과목 확대를 위해 순회전담교사를 별도로 두도록 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단위학교만으로 필요한 과목을 모두 개설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낡은 학교도 학생 수와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시설 문제 역시 프랑스와 닮았다.
2026년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특수학교 1만 2135곳 가운데 5705곳, 47%가 40년 이상 된 건물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다.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안전진단 D등급 건물도 74개였다.
학교를 운영해 보면 오래된 학교는 학생이 줄었다고 비용이 함께 줄지 않는다. 옥상 방수, 창호, 냉난방기, 전기시설, 급식실, 화장실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쪽에서는 신설학교와 공간재구조화 사업을 통해 첨단 교실에서 공부하고, 다른 학교 아이들은 누수와 냉난방을 걱정한다면 이것도 명백한 교육환경의 격차다.
교육재정의 문제는 결국 '어떤 아이가 먼저 포기되는가'의 문제
정부는 2026년 8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내국세 20.79% 연동 방식을 바꾸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되, 학령인구 감소율은 35%만 반영하고 교부금 총액이 전년보다 줄면 국가가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초·중등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영유아·고등·평생교육에도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한다.
그 취지는 이해한다. 교육재정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불필요한 사업은 줄여야 한다.
그러나 현장 교원의 눈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보인다.
학생이 줄었다는 이유로 교사를 줄이고, 학교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과목이 줄고,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예산과 지원인력이 줄어든다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아이는 누구인가.
서울 강남의 대규모 학교와 농어촌 작은 학교의 아이가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을까. 부모가 입시정보와 사교육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학생과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이 사실상 전부인 학생이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 ?농어촌지역 학교
ⓒ 김대성(AI활용)
2025년 우리나라 초·중·고 사교육비는 27조 5000억 원이었다. 학생 수는 감소했지만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 4000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공교육의 빈틈이 커질수록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의 차이는 결국 교육격차가 된다.
그래서 프랑스 고교생들의 시위를 남의 나라 일로만 볼 수 없다.
프랑스 학생들이 거리에서 외친 교사 부족, 낡은 학교, 교육기회의 불평등, 입시에 대한 불안은 이미 우리 학교 안에도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교육재정을 효율화하는 것과 공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나는 교육재정의 법정 연동장치를 약화시키는 일이 장기적으로 공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의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교육은 한번 무너지면 다음 예산에서 다시 복구하면 되는 사업이 아니다. 오늘 줄인 교사 한 명, 오늘 개설하지 못한 과목 하나, 오늘 미룬 학교시설 개선 하나가 한 학생에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교육의 기회일 수 있다.
10년 뒤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얼마나 화려한 미래사업을 벌였느냐가 아니다. 어느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든 좋은 교사를 만나고, 안전한 학교에서 공부하며, 자신의 진로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회통합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무너질 때 아이들은 가장 먼저 사회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프랑스 학생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는 단순하다.
공교육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채 미래교육을 말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시대라면 교육투자를 줄일 것이 아니라 한 아이에게 더 제대로 투자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교육은 남는 돈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별의별교육연구소)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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