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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너에게 사계절은 각기 다른 꽃이 피는 계절이다. 튤립이 피는 봄이 지나가면 더워지는 이 계절을 맞아 붓꽃이 피어나고 그다음은 코스모스와 동백, 수선화가 피어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전시원실 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원순 가드너의 하루는 그래서 바쁘다. 누구보다 먼저 개화를 준비하고 또 그것에 맞는 이야기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희의 목표는 꽃으로 많은 사람에게 행복감을 전해주는 거잖아요. 실망을 드리지 않기 위해 화려한 꽃이 피어나길 기다리고 있어요.”
박 실장은 이러한 쌍용자동차 신차 애정을 담아 최근 ‘꽃을 공부합니다’(사이언스북스)를 출간했다. 앞서 ‘가드너의 일’ ‘식물의 위로’ 등을 펴내며 가드너이자 작가로 활동하던 그가 문화일보 지면을 통해 선보였던 다양한 꽃이야기가 한 권의 책에서 다시 피어났다. 최근 문화일보에서 만난 그는 “물론 마감하는 일은 매번 정말 힘들었지만 꽃에 대해 쓸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산임수그가 꼽은 책의 차별성은 도감이 아닌 ‘꽃의 인문학’이라는 데 있다. 그는 “야생화나 나무 같은 식물 종류에 대한 책들은 수목원 선배님들이 잘 정리해 놓으셨다”며 “그러나 그 식물들의 역사나 그에 관련된 인문학적 이야기는 많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그가 지금 주목해야 할 꽃으로 꼽은 ‘붓꽃’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4000년의 역사가 급등세 숨어있다. 붓꽃을 묘사한 최초의 기록은 4000년 전 그리스 크레타 섬의 미노아 궁전 프레스코 벽화에서 찾을 수 있는데 고대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무지개 여신이자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전령사였던 이리스가 헤라 여신이 불어온 축복의 숨결로 붓꽃이 됐다.
“저에겐 식물의 핵심이 꽃이에요.” 꽃으로 한 권의 책을 모아 쓴 작가에게서 나온 당연한 가계기업대출 대답. 그러나 그 이유만큼은 특별하다. 그는 “원예학을 전공해서인지 정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꽃”이라며 “지구에 존재하는 많은 객체 중에 꽃만큼 아름다운 게 있을까. 그런 완벽한 존재조차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이 우리 삶의 순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삶도 꽃을 쫓으며 나아갔다. 출판사에서 편집 기획자로 일하다가 전문 정원사의 길에 불가산명사단수취급 들어서고 미국의 롱우드 가든과 에버랜드 등을 거쳐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 꽃은 ‘인생의 나침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기후위기로 걱정이 많이 늘었다. 특히 최근 개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그는 “여름이 빨리 오다 보니 지금의 봄꽃은 늦게 피고 빠르게 진다”며 “또 여름에는 장마 탓에 수목원 수위가 갑자기 올라가 일부 침수가 되기도 한다. 이런 풍수해에 대한 예방대책을 많이 마련해야 하고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꽃은 보는 것보다 직접 기르는 것을 추천한다. 박 실장은 ‘식집사’(식물을 돌보는 집사) 중 하나다. 그는 “내가 직접 피워내는 꽃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고 또 어떤 조건에서 꽃을 피우는지 살펴보면서 얻는 깨달음도 있다”고 했다. 그가 추천하는 종은 ‘아프리칸 바이올렛’. 1년에 몇 차례씩 꽃을 피우고 강건해 키우는 재미는 물론, 보는 재미도 있다. “꽃을 가까이에 두고 보면서 사세요. 수목원에 오셔서 보시면 더 좋고요.”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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