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갑천변과 한밭수목원을 찾으면 가벼운 차림으로 바람을 가르는 시민들을 쉽게 마주한다.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러닝 열풍'이 세대를 불문하고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았다.
달리는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민감하게 체감한다. 그들에게 올해 계절은 유독 가혹했다. 지난여름 우리나라는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일 최고기온 42도를 넘어서는 극한 폭염을 겪었고, 체감온도 38도 이상일 때 발령되는 '폭염 중대 경보'가 신설되었다. 기습적인 폭우와 9월 중순까지 이어진 기록적인 늦더위 탓에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는 가을은 유난히 늦게 찾아왔다.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는 '기후플레이션'부터 야외 활동을 제약하는 기상 이변까지,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우리의 여가와 일상을 흔드는 현실이 됐다.
달리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긴 코스를 완주하는 비결은 무리하지 않고 꾸준한 속도를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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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자정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이 여정은 단숨에 끝나는 단거리 전력 질주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호흡을 맞춰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 풀코스 마라톤이다. 이 오르막을 지혜롭게 넘으려면 길을 안내하고 속도를 조율해 줄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하다. 행정이 맡아야 할 역할이 바로 그 페이스메이커다.
우리 시는 시민들이 사계절 내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달릴 수 있도록 저탄소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휴지와 산업단지에는 기후대응 숲을 조성해 도심의 열기를 식히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넓혀 청정에너지 도시의 기반을 다진다. 숲과 자전거, 재생에너지가 시민의 일상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되도록, 탄소를 덜 배출하며 살 수 있는 길을 닦는 것이 행정의 몫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코스를 갖춰도 트랙 위를 달리는 주체는 결국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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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완주가 수없이 땀 흘린 연습의 시간에서 비롯되듯, 탄소중립 역시 시민 한 분 한 분의 일상 속 습관이 쌓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텀블러와 다회용기를 챙기는 일,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타슈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일, 쓰지 않는 플러그를 뽑고 올바르게 분리배출하는 일은 지구의 가쁜 호흡을 차분히 가다듬는 가장 확실한 발걸음이다. 이러한 발걸음에 힘을 싣고자 우리 시는 일상 속 기후행동을 지역화폐로 보상하는 '온통대전 2.0 기후행동 마일리지'를 도입했, 기후행동 실천이 시민의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혼자 달리면 지치기 쉽지만, 함께 발을 맞추면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다. 우리가 계속 달리려면 발을 딛고 선 지구의 건강부터 지켜야 한다. 지금 우리가 내딛는 실천 한 걸음이 내년 가을의 공기를 결정한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선선한 가을바람과 푸른 하늘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일상 속 탄소를 줄이는 초록빛 실천을 향해 다시 한번 단단하게 신발 끈을 묶어보자. 지구의 내일을 지키고 풍성한 혜택도 누릴 수 있는 '기후행동 마일리지'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동참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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