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은 지금쯤 번데기가 되어 겨울을 준비하고 있을 애호랑나비다.
검은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날개가 호랑이 무늬를 연상시키지만 몸집은 호랑나비보다 훨씬 작다. 봄의 전령사인 이 친구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생존 전략을 갖고 있다.
애호랑나비는 호랑나비과에 속하며 주로 봄철에 어른벌레로 나타난다. 수컷과 암컷은 날개 무늬만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배의 털을 살펴보면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수컷은 배에 긴 털이 빽빽하게 나 있어 전체적으로 복슬복슬한 느낌이다. 암컷은 털이 상대적으로 적어 좀 더 매끈하게 보인다. 작은 몸집이지만 암·수를 구별할 수 있는 특징 하나에도 흥미로운 생태 정보가 담겨 있다.
수컷에게 짝짓기는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한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수컷의 독특한 전략은 짝짓기에 성공하는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후에 더욱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바로 암컷의 배 끝에 수태낭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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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태낭은 짝짓기가 끝난 뒤 수컷의 분비물로 만들어져 암컷의 배 끝에 붙는 흑갈색의 구조물이다. 마치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기 위한 봉인처럼 보인다. 실제로 수태낭은 암컷이 다른 수컷과 다시 짝짓기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수컷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자가 암컷의 알을 수정시킬 가능성을 높이는 번식 전략인 셈이다.
▲ 애호랑나비
수태낭이 붙어 있는 암컷은 어떻게 알을 낳을까?
수태낭은 자신과 짝짓기를 한 암컷이 다른 수컷과 짝짓기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물이지 산란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 암컷은 알을 낳아 다음 세대를 이어 간다. 자신의 번식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수컷의 전략과 생명을 생산하는 암컷의 역할이 맞물려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수컷이 사람처럼 미래를 계산하고 계획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번식에 유리한 특성이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 이어진 결과다. 우리가 이를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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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곤충의 몸에도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 온 정교한 전략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짝짓기 이후에도 애호랑나비의 삶은 계속된다.
암컷은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족도리풀이나 개족도리풀의 잎 아랫면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이 식물의 잎을 먹으며 성장한다. 어린 애벌레는 한동안 모여 지내다가 성장하면서 흩어져 생활하기도 한다. 이후 번데기가 되어 겨울을 견디고 이듬해 봄 다시 나비로 태어난다. 짧은 봄날의 만남이 다음 세대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숲속에서 애호랑나비를 만난다면 아름다운 날개만 감상하고 지나치지 말자. 수컷 배에 난 긴 털을 살펴보고 짝짓기를 마친 암컷의 배 끝에 붙어 있는 수태낭도 관찰해 보자.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이 작은 구조물에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한 수컷의 정교한 번식 전략이 담겨 있다.
작은 생명체의 몸에 숨겨진 이러한 비밀을 하나씩 발견하다 보면 자연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흥미로운 세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청개구리 쌤 지영군 곤충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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