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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9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시 원금만기일시상환 사IN>과 인터뷰 중인 강희경 교수. ⓒ시사IN 박미소
※이 기사는 〈시사IN〉 제915호(2025년 3월21일 발행)에 게재된 기사로, 의대생 복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작성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정부의 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한도 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가 병원을, 의대생이 학교를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3월 새학기가 시작됐지만 의대생 대부분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월10일 기준 의대 복학 신청자(1495명)는 전체 휴학생(1만8343명)의 8.2%에 불과했다. 단 한 명도 복학 신청을 하지 않은 학교도 40곳 전국은행연합회 중 세 곳이나 됐다.
3월7일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결정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려달라는 의대 총장단·학장단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단 3월 말까지 의대생들이 복학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조건부 제안을 “말장난”으로 일축했다. 생애첫주택자금대출한도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올해 들어온 신입생 4500여 명과 지난해 휴학한 1학년 3000여 명까지 총 7500여 명을 교육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복귀하지 않으면 5058명? 괘씸죄도 아니고, 학생들을 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와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3월13일 밤에는 건국대 의대 본과 2·3 2금융권대출조건 학년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간 여섯 명을 ‘이탈자’로 규정하며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겠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나흘 뒤 강희경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공개 서한(아래 전문 참조)’을 올렸다. 뜻을 함께하는 서울대 의대 하은진(중환자의학과·신경외과)·오주환(국제보건정책학)·한세원(혈액종양내과) 교수와 함께였다.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로 시작되는 이 글에서 그는 “이런 투쟁 방식에 계속 동조할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것인지 선택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과 의대생 휴학이 시작된 뒤 사직서까지 쓰며 제자들 편에 섰던 강 교수가 이제는 강경 투쟁을 고집하는 이들을 꾸짖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 의대 40곳의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에서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반려하고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학칙에 따라 유급 및 제적시키겠다고 밝힌 3월19일 오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강희경 교수를 다시 만났다. 〈시사IN〉은 강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인 2024년 4월29일 인터뷰(〈시사IN〉 제869호 ‘그 의사의 사직서에 담긴 진심’ 기사 참조)한 바 있다.
2024년 8월 의대생 휴학으로 텅 빈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시사IN 조남진
사직서를 냈는데, 결국 그만두지 못했다.
그때는 정말 그만두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밀어붙였다. 직을 걸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2024년 5월에는 제3기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동료들에게 그만두지 말고 나를 도와달라고 했다. 이렇게 오래갈 줄 모르고.
비대위원장으로서 목표는 뭐였나.
대한민국 사회에 필요한 적정한 의사 수를 찾는 ‘의사 수 추계 연구’를 해보자는 거였다. 정부처럼 특정 수치를 딱 집어서 따라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수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제안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 합리적인 정책은 네 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는 거다. 첫째, 적절한 내용인가? 둘째, 논의 과정이 투명한가? 셋째, 이전에 알지 못했던 정보가 생겼을 때 바꿀 수 있는가? 넷째, 현실에서 실행할 수 있는가?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증원은 ‘실행한다’는 것뿐 나머지 세 요소가 전혀 없었다. 결국에는 태도, 존중의 문제다.
학생들, 전공의와 함께 목소리를 냈다.
너무 미안했다. 지금도 미안하다. 기성세대로서 정말 새까맣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그래서 지금도 (병원과 학교를) 떠나 있는 친구들에게는 여전히 뭐라고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돌아오겠다는 사람을 협박해서 막아서는 건 아니다. 정말 잘못됐다. 블랙리스트니 뭐니 소문으로만 듣다가 건국대 학생들 입장문을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믿을 수가 없었다. 민주주의, 다원주의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마찬가지다. 태도다. 존중의 문제다. 전공의와 학생들이 뛰쳐나간 이유가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 때문 아닌가. 그런데 이제는 일부 전공의와 학생들이 동료에게 복귀를 거부하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적절성, 투명성, 수용성, 실행성은 전공의와 학생들도 지켜야 하는 합리적 태도의 요소다. 어떤 방식으로 싸우든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한발 더 나아가 나의 투쟁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면, 불편한 정도야 양해할 수 있다 해도 생명을 좌우하는 정도라면 그 무게를 뼈에 새겨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게 과연 정당한 투쟁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어떻게 쓰게 됐나.
하은진 교수가 초안을 썼다. 사실 내가 있는 소아신장내과는 이 사태로 별 타격이 없었다. 원래부터 전공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중환자를 보는 하은진 교수와 암 환자를 보는 한세원 교수는 ‘환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악화된 상태에서 온다’ ‘환자들이 지금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너무나 괴로워했다. 비난받을 걸 감수하고 글을 올렸다. ‘그러고도 당신이 스승이냐’는 욕을 많이 들었는데 스승이라 불릴 필요는 없다. 적어도 교수, 무엇인가를 남에게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이야기였다. 사실 오래 참았다.
언제부터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나?
블랙리스트 이야기가 돌던 지난 여름부터.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싶기도 했고 같이 싸우는 입장에서 ‘내 얼굴에 침 뱉는 게 아닌가’ 싶어 치부를 감추기만 한 측면도 있다.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게 문제를 악화시켜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무기명 투표도 막고 있다. 애초에 우리가 정부에 주장한 게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라’는 게 아니었나. ‘2000명 증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태도와 ‘복학하면 동료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별로 다르지 않다. ‘단일 대오’가 블랙리스트로 유지된다면 그건 논리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2024년 6월13일 92개 환자 단체가 의료진의 집단 휴진과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IN 신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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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복학을 자율에 맡기면 몇 %나 돌아올 거라고 보나?
1월 중순 서울대 의대에서 자체적으로 내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80%쯤은 복귀 의사가 있다고 들었다. 물론 정원이 확 늘어난 학교와는 사정이 다르다.
‘돌아가면 더 이상 협상 카드가 없다’고 생각하는 전공의·학생도 많다.
협상 테이블에 나가서 차근차근 밀고 당기면 좋겠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고작 한 시간 만에 졸속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안을 통과시켰던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거라 본다. 과정을 오픈하면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정원이 늘어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할 거라고 걱정하는 학생들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두 학년이 같이 교육받아야 하는 상황도 본인들이 선택한 결과다. 돌아오지 않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런데 여전히 전공의와 의대생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 문제와 의대생 문제는 완전히 다르다. 전공의는 면허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일을 할 수 있다. 병원이 전공의들의 노동력에 기대지 않는 구조로 개선됐다고 판단되면 그때 각자 돌아가 수련을 마쳐도 된다. 그런데 학생들은 제적을 당하게 생겼다. 의대생이라는 이유로 학칙을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도 왜 이렇게까지 완강할까?
의대를 여섯 살 때부터 준비한다고 한다. 의대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그런데 감히 내가 얻은 가치를 빼앗으려고 하다니, 참을 수 없을 거다. 우리도 이들에게 의사가 정말 자신의 꿈인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는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는가 돌아봐야 한다.
앞으로 각 주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에서는 전공의에게 수련에 필요한 만큼의 노동만 시켜야 한다. 그렇게 병원 체계를 바꾸려면 정부가 수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고, 환자들도 전공의가 아닌 교수에게만 수술을 받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대학은 원칙을 적용해서 몇 명이 돌아오든 그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정원이 두 배 늘어난 학교는 보다 여유가 있는 다른 학교에서 실습을 나눠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블랙리스트는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2024년 4월로 돌아간다면, 똑같이 사직서를 쓰고 제자들 곁에 섰을까?
지금도 나는 그들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동료가 돌아가지 못하게 막는 일부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보통 이런 집단행동을 할 때 대다수는 지도부가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지금 그 지도부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지도부도 이게 합리적인 방식인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환자들에게는 무슨 말을 전하고 싶나.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울음을 참으며)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계속 공부하고 바꿔나가려 하고 있다. 소비자인 환자와 함께하는 시민운동(제1차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 심포지엄), 임상의료정책연구회를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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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1일 기준 전국 의과대학 40곳 중 경상국립대(복귀율 99.7%), 아주대(99.6%), 연세대(93.8%), 연세대 원주캠퍼스(91.9%), 인제대학교(24.2%)를 제외한 나머지 35곳의 의대생 전원은 제적을 피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왔다. 전체 의대생의 96.9%가 돌아온 셈이지만, 학생 일부는 여전히 휴학계를 다시 내거나 수업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의대 교육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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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교수가 3월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공개 서한’ 전문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하은진(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오주환(국제보건정책), 한세원(혈액종양내과), 강희경(소아청소년과)---
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올린 ‘스승의 위선’(7일), ‘어른의 편협’(10일)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국회 토론회도 지켜보았습니다. 지난 1년 참 많은 일이 있었지요. 그 소회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 침묵하는 다수에 숨어 동조자가 될 수 없기에 우리는 생각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사태 초기 우리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용기 낸 제자, 후배들이 대단해 보였고 후방에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의료시스템이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우리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교수들은 중간착취자다” “정부의 부역자다” “편협하고 위선적이다”라는 말들이었습니다. 자신있게 부인할 수 없던 우리는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지속되면서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메디스태프, 의료 관련 기사 댓글, 박단의 페이스북 글들, 그 안에 가득한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납니다. 정말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이 맞는가. 이들 중 우리의 제자, 후배가 있을까 두려움을 느낍니다.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글들을 읽다 보면 “내가 아플 때 내 가족이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봐 두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2000명 의대 정원 증가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오류를 지적하며 용기와 현명함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습니다. 오직 탕핑(?平)과 대안 없는 반대만이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정부를 반대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대한민국 의료를 개선하는 것입니까?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입니다.
이제는 선택해야 합니다. 이런 투쟁 방식에 계속 동조할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글을 씁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1. 진짜 피해자는 누구입니까?
여러분은 피해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직과 휴학은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한 일입니다. 그로 인해 손해를 보았을지언정 진정한 피해자는 아닙니다. 진짜 피해자는 누구입니까?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 아닌가요? 그들의 가족들 아닌가요?
2. 착취인가,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인가?
여러분이 “착취당했다”고 말하는 3~5년의 수련 과정은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 시간 동안 여러분은 평생 사용할 의료 기술과 지식을 익히고 전문성을 쌓으며 선배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습니다. 그 몇 년을 투자하고 전문의가 되는 것입니다.
수련 환경이 가혹하고 내용적으로 부족한 점,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단순한 노동시간이 아님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난 국회 토론회에서 여러분이 요구한 것은 오직 노동시간과 월급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전문가로서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지금의 교수들은 전공의 시절 거의 매일을 병원에 머무르며 환자를 돌보고 배우며 익혔고 성장했습니다. 140~150시간씩 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그 과정이 지금의 한국 의료 수준을 만든 기반이 되었다는 것을요.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과정이 ‘착취’로 매도되고 있습니다. 전공의 과정이 힘들다고 해서, 전문의가 된 후에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까? 대다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까?
진짜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석·박사 과정의 연구자들은 어떻습니까? 수년간 밤낮없이 연구실에서 살아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연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산직·서비스직 노동자들은 12시간 넘게 서서 일하면서도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자영업자의 75%는 월수입 100만원을 벌지 못합니다. 그중 소득이 0인 사람이 100만명입니다. 그들의 삶이 여러분의 눈에 보이기는 합니까?
“억울하면 의대 오든지”라는 태도는 진심입니까?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경제적 보장을 받는 직군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전공의 수련 과정을 ‘착취’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장일까요? 더 나아가 수련 자체를 부정하고 전문가로서의 성장 과정까지 깎아내리는 모습은 결국 전문가의 가치 자체를 훼손하는 일 아닌가요?
전문의, 전문가로서의 소양을 기르는 과정이 고되다고 의미 없다, 안 한다 그리 쉽게 이야기할 거면 대체 왜 개선을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3. 의사 면허 - 면허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의사 면허가 특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의사 면허는 사회가 우리에게 독점적 의료 행위를 할 권한을 부여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희소성을 인정받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아 왔습니다. 사회가 의료 분야에서 독점적 구조를 용인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감수하는 이유는 면허 이면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책임을 다해줄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의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행동을 지속해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집단으로 낙인찍히게 된다면 사회는 결국 그 독점적 권한을 필연적으로 다른 직역에게 위임할 것입니다. 이것이 여러분이 바라는 결과입니까?
4. 전문가 맞나요?
의사 면허가 곧 전문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성을 사회에 기여하고 그 대가로 존중을 받는 존재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의사의 전문가 정신은 의사의 이익과 환자의 이익이 충돌할 때 환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나요? 그러나 지금 우리는 환자와 국민의 불편과 공포를 무기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지난 1년 동안 초과 사망자가 3000명에 달할 수 있다는 보고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나요? 한편에서는 초과 사망자가 없다고도 발표한 연구자도 있었지요. 저는 후자의 발표를 보고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작년 당해연도에는 교수들과 병원의 여러 종사자들이 버텨냈기에 초과 사망이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암 등 비응급 중증질환 환자들이 지연된 치료로 인해 혹은 치료 자체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결과로 인해 시간이 지나 초과 사망으로 나타날 것이란 것을요. 의사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정말 모른다면 이 이야길 할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입니다. 당신들이 전문가라면 전문가로서의 양심이 계속해서 다치고 있어야 합니다.
5. 동료애는 어디 있나요?
여러분은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동료 의사, 교수들을 비난하며 오히려 그들의 헌신을 조롱합니다. 100시간이 넘는 업무에 과로로 쓰러지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블랙리스트와 비난이죠. 대체 동료애는 어디에 있습니까? 최근에는 함께 버티던 전문의들조차 떠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돌아와도 가르칠 교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또한 여전히 환자들을 지켜야 하는 우리는 간호사, 현장의 보건 의료직들과 다학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환자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의사만이 의료를 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로 이들을 폄하하는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솔직해져 봅시다. 응급실에서의 응급처치, 정맥주사 잡기 등의 술기를 응급구조사,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았나요? 의사 면허가 의료 행위의 숙련도를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의 리더여야 하는 의사가 팀원들을 비하하다니 정말 리더 자격이 없는, 동료애도 없는 것 아닌가요?
6. 상대가 밉다고 우리의 터전을 파괴할 것인가?
정부가 잘못한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의료계도 똑같이 굴어야 하는지요? 남수단 내전, 시리아 내전 같은 상대에 대한 증오로 인한 극단적 대립은 그 나라를 파괴하였습니다. 결국 모두가 무너진 것이죠. 그런 승리는 무슨 의미가 있나요?
지금 의료시스템은 붕괴 중입니다. 그 붕괴에 정부만 책임이 있는지요? 그리고 우리는 무엇보다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습니다. 믿을 만한 전문가가 아닌 이기심에 의료시스템 붕괴의 원흉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이 잃어버린 신뢰는 더한 규제, 소송, 그리고 더 가혹한 환경으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7.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이 저급하게 나오면, 우리는 품격 있게 대응한다.)
미셸 오바마의 이 말을 우리는 되새겨야 합니다. 정부와는 다르게 책무를 다하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개혁을 이끌 것인가? 사회와 의료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우리의 근로 환경 역시 지속 가능하게 바꿔갈 것인가? 그를 위해 기꺼이 양보하고 서로 도와가며 주도해나갈 것인가? 아니면 계속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낙인찍혀 독점권을 잃고 도태될 것인가? 이제 여러분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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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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