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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강남 산다고 현금 쌓아두는 거 아니잖아요. 일단 대출로 자금조달계획서 작성해 잔금 치르고, 부모님한테 돈을 받는 집도 많은데…타격이 크겠네요”(강남 대치동 D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에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수’ 규제책을 내놓자 고가 주택이 몰려있는 강남권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고소득 연봉자들의 경우 고가 주택을 담보로 최대 수십억씩 대출을 받아 ‘갈아타기’가 가능했는데, 이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7일 금융위원회는 당장 내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주담대 2금융권자영업자대출 를 6억원 초과해서 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다. 수도권 다주택자는 주담대가 원천 봉쇄되고,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는 절반으로 축소됐다.
전례없는 대출규제가 발표되자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연합]
주택마련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해 집을 계약할 때 매수자금 출처를 자금조달계획서에 작성, 국토교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아무리 증여받을 자금이 있더라도 거래 허가를 위해 은행 대출을 활용하던 사례가 많은데, 당장 내일부터 6억 이상 대출이 불가능해졌으니 거래량에 타격이 불가피할 거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파이낸싱이미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넣은 이들의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대치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5억원 넘게 계약금을 넣은 한 매수자에게 당장 내일부터 대책이 시행되면 계약을 엎어야 하느냐며 전화가 왔다”며 “계약금을 이미 납부한 경우에는 종전규정이 적용되니 안심하라고 응대했지만, 갑작스런 규제로 시장은 벌벌 떠는 분위기”라고 했다.
아파트대출계약을 포기하는 매수자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아파트 상가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P씨는 “당장 내일부터 대출규제가 시행되니 ‘오늘 사야겠다’며 농담을 한 고객도 있었다”며 “대출 견적을 뽑아놓고 집을 보던 한 매수자는 그냥 계약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반면 정부의 극약 처방에도 타격을 받지 않는 ‘현 자동차 제조 금부자’들도 있다. P씨는 “기습적으로 대출규제가 나왔지만 살 사람들은 산다”며 “체감상 따져보면 대출 굳이 받지 않고 사려던 사람 반, 규제로 못 사게 된 사람 반”이라고 전했다.
실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부동산 자금조달계획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1~6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한 서울 부동산 거래 중 대출로 매수 자금을 마련한 비중은 61.93%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38.07%는 대출이 필요없는 ‘현금부자’인 셈이다.
경기도 성남시 청계산 매바위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강남구(아래)와 한강 이북 아파트 단지.[연합]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두고 단기적으로는 거래 조정뿐 아니라 관망세를 불러올 것으로 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등의 현실이 정책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고 진단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체 투자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이 현재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며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 등 부동산 가격 및 거래 상방요인이 남아있어 정책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강화가 이루어지면 거래수요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기도 한다”며 “당장의 효과는 일부 보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정책효과를 기대하기는 충분치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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