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이 넘는 손바닥만 한 코알라 키링과 8000원을 훌쩍 넘긴 맥도날드 단품 햄버거.
허리를 휘게 만드는 집세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건비와 물류비가 빚은 호주의 살인적인 물가는 생각보다 훨씬 숨이 막혔다.
15년 만의 최고 수준 금리에도 잡히지 않은 호주 인플레이션은 들뜬 마음으로 쇼핑몰을 찾은 관광객들조차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난 1일 시드니 중심가(CBD)의 웨스트필드 쇼핑몰과 대형 드럭스토어. 호주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꼽혀 귀국 전 지인들의 선물을 사려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던 장소지만 매장을 둘러보는 이들의 표정에선 기대감보다 부담감이 읽혔다.
가족에게 줄 선물을 고르느라 옷과 화장품, 영양제 등을 살펴보던 직장인 이 모씨는 스마트폰으로 환율과 가격 비교를 하느라 바빴다. 이씨는 "몇 년 전 호주에 왔을 때보다 화장품이나 식료품 가격이 비교도 못하게 오른 것 같다"며 "지인들에게 돌릴 소소한 출장 선물을 몇 개 담지도 않았는데 결제 금액이 20만원을 훌쩍 넘어 결국 몇 개는 내려놓았다"고 털어놓았다.
현장의 '물가 쇼크'는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5일(현지시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호주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 3.5%에서 0.5%포인트 오른 4.0%를 기록하며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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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호주 중앙은행(RBA)이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35%로 인상한 바로 다음 날 발표된 수치였다. 물가 폭탄의 주범은 주거비와 기름값이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주거 관련 비용이 5.7% 올랐고, 유가는 무려 14.8%나 급등했다.
원자재·물류비 상승 여파는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소매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뛰면서 대표 쇼핑 품목인 의류나 화장품, 영양제 등은 가격 경쟁력이 없다"며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 제품이라면 반드시 가격을 비교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드니에서 3년째 거주 중인 한 한인 상인은 "중동 전쟁 후 운송비와 수입 원가가 오른 데다 매장 유지비까지 뛰어 판매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주 최저임금이 시간당 2만5000원~3만원 수준까지 오르다 보니 인건비 영향으로 물가가 말도 안 되게 뛰었다"며 "간단히 때우는 스시롤 몇 개나 크루아상 한 조각에 커피 한 잔만 걸쳐도 한 끼에 기본 2만원이 족히 들어, 현지인들에게도 외식은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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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도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학생 김모 씨는 "식비는 물론이고 옷 한 벌, 화장품 하나 사기가 한국에서 살 때와 비교하면 엄청 부담스럽다"며 "여행으로 찾아온 지인들도 물가가 너무 비싸 쇼핑할 맛이 안 난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드니 중심가 웨스트필드 쇼핑몰에 있는 알로·룰루레몬 등 인기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는 현지인보다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만 북적였다.
시드니 맥도날드 빅맥 단품 가격만 해도 8.6호주달러(약 8100원)로 국내 가격을 크게 웃돈다. 쇼핑 도중 가볍게 한 끼를 때우려 매장을 찾았다가 선뜻 주문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여행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영양제와 화장품을 판매하는 시드니 주요 드럭스토어들도 커다란 할인 홍보문을 내걸었지만, 손님 발길은 뜸했다.
의류나 액세서리 매장도 할인 홍보가 무색할 만큼 한산했다.
시드니 웨스트필드 쇼핑몰에서 만난 한 한국인 관광객은 "아이 기념품으로 사려던 코알라 키링 하나가 4만~5만원에 달해 깜짝 놀랐다"며 "호주 대표 상품인 어그(UGG) 부츠도 한국 판매가와 큰 차이가 없어, 결국 콜스(Coles) 같은 대형 마트에서 과자 몇 개만 사서 돌아간다"고 했다.
글·사진/시드니(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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