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여왕’으로 불려온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73)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 복귀에 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부패 혐의로 징역 6년과 공직 취임 영구 금지형 등이 확정돼 가택연금 중인 그가 유엔(UN)에 판결 재검토를 요청하며 대선 출마의 길을 다시 열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29일 로이터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측은 유엔 인권위원회에 자신의 부패 혐의 유죄 판결을 재검토하고, 공직 취임 영구 금지 조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변호인 라파엘 발림은 “위원회의 다음 회기가 열리는 10월에 사건이 심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페르난데스 측은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유엔에서 사건이 다뤄질 경우 연내 아르헨티나 법원의 판결 재검토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1950~2010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2011년 재선에 성공해 2015년까지 집권했다. 남편과 잇따라 직선제로 대통령에 오른 ‘부부 대통령’이자 남미 최초의 재선 여성 대통령으로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史)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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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19~2023년에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집권 기간 후안 페론(1895~1974년) 전 대통령의 정치 노선을 계승한 ‘페론주의’를 앞세워 정부 지출과 사회복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공공 부문 고용과 연금 수급 대상을 크게 늘리고, 학생들에게 노트북 500만대를 무상 보급하는 등 파격적인 ‘퍼주기’ 정책을 주도했다. 지지층은 이를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평가하며 환호했지만, 비판론자들은 보조금과 재정 지출 확대가 만성적인 재정 파탄과 경제 불안을 키웠다고 지적해왔다. 이런 상반된 평가 속에 페르난데스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논쟁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이자 ‘포퓰리즘의 여왕’으로 불려왔다.
퇴임 후에는 대통령 재임 당시 남부 산타크루스주 공공사업 계약을 측근 사업가 라사로 바에스의 기업에 부당하게 몰아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징역 6년과 공직 취임 영구 금지형을 확정했고, 이후 그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자택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복역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에 대한 사법 절차가 정치적 탄압이자 보복이라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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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법 리스크’에도 페르난데스가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 변수로 꼽힌다. 최근 주반 코르도바 여론조사에서 페르난데스의 지지율은 42%로 하비에르 밀레이 현 대통령의 지지율(36.1%)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르난데스의 이런 시도는 부패 혐의로 수감됐다가 정치적으로 재기한 이웃 나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1) 대통령의 전례와 닮았다는 .에서도 주목된다. 룰라 역시 유죄 판결의 부당성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기했고, 이후 2021년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기존 유죄 판결을 절차상 문제 등으로 무효화하면서 정치적 권리를 되찾았다. 이듬해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직에 복귀한 룰라는 현재 세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며, 다음 달 4일 대선에서 통산 4선(選)에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페르난데스의 변호인 발림은 룰라의 변호에도 관여했던 인물이다.
페르난데스가 유엔을 통해 공직 취임 금지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내년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 정국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유엔 절차가 실제 아르헨티나 사법부의 판결 변경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높은 지지도만큼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페르난데스가 페론주의 진영 내부의 분열을 수습하고 다시 대선 후보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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