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겨울 철새의 남하가 시작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국내 유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야생조류의 AI 검출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데다, 지난겨울에는 대규모 산란계 살처분으로 계란 수급에도 부담이 발생한 만큼 정부는 철새도래지 예찰과 농장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2025~2026년 동절기에는 산란계 1134만 마리가 살처분돼 전체 사육두수의 13.7%가 피해를 입었다. 계란 수입에도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간 가운데, 올겨울 AI 확산을 막는 것이 가금산업 보호와 계란 수급 안정의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대형 산란계 농장의 출입 차량·인력 사전등록 등 방역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산란계협회 간 갈등은 방역 공조의 변수로 남아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협회가 방역정보 공문 수신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겨울 철새 남하 시작…해외 AI 검출 급증에 방역 강화
10일 농식품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겨울 철새의 국내 도래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달 25~27일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10곳을 조사한 결과, 물새류 73종 5만 7036마리가 관찰됐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할 수 있는 한강하구·시화호·삽교호 등 3개 지역에서는 물새류가 1만 5606마리에서 2만 3893마리로 53.1% 증가했다. 특히 고병원성 AI에 감수성이 높은 오릿과 조류는 6448마리에서 1만 8678마리로 약 2.9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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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상황도 불안 요인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외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 검출은 29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32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철새 개체수 증가가 곧 AI 감염 확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외에서 바이러스 검출이 급증한 가운데 국내 철새 도래가 본격화하면서 유입과 확산 위험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감염된 야생조류의 분변이나 분비물 등을 통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 오염된 환경과 접촉한 사람이나 차량, 장비 등이 농장을 드나드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어 출입 통제와 소독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를 가축전염병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AI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기후부는 철새 예찰 지.을 102곳에서 112곳으로 확대하고 분변 채취와 폐사체 수색 등을 강화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축산농가에 AI 위험 경보를 발령했으며, 철새도래지 주변 축산차량 출입 통제 구간 280곳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농장에는 거。소독시설과 농장 입구, 축사로 이어지는 3단계 방역체계를 적용한다. 대형 산란계 농장에는 출입 차량·인력 사전등록을 추가한 4단계 방역을 추진하고, 주요 농장과 밀집단지에는 24시간 출입 상황을 감시하는 무인통제초소 100여 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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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AI 발생 이력이 있는 95개 시·군·구에는 지역별 맞춤형 방역 대책을 적용하고, 산란계 밀집단지 12곳과 지난겨울 발생이 많았던 평택·화성, 천안 서북부 지역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산란계 1134만 마리 살처분…계란 수입에도 높은 가격 지속
정부가 산란계 방역에 무게를 두는 것은 지난 동절기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산란계 살처분 규모는 2023~2024년 동절기 267만 마리에서 2024~2025년 483만 마리, 2025~2026년에는 1134만 마리로 급증했다. 지난 동절기 살처분 규모는 전체 산란계 사육두수의 13.7%에 달했다.
지난 동절기 전후를 포함한 가금농장 고병원성 AI 발생 62건 가운데 절반인 31건이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했다. 이 중 17건은 1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대형 산란계 농장이었다.
대규모 살처분에 따른 계란 공급 부담은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농식품부가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에 수입된 계란은 총 1억 3324만 개에 달했다.
수입을 통해 공급을 보완했지만 계란 가격은 쉽게 안정되지 않았다. 올해 계란 소비자가격은 대부분 기간 평년 수준을 웃돌았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높은 수준을 형성한 시기도 많았다. 지난 6월에는 특란 30구 소비자가격이 7440원을 기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800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계란 가격에는 여러 수급 요인이 작용하지만, 대규모 산란계 살처분이 공급에 부담을 준 만큼 올겨울 AI 확산을 막는 것은 가금산업의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계란 수급과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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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협회와 갈등 속 방역 공조도 시험대
올겨울에는 농식품부와 대한산란계협회 간 갈등 속에서 생산자단체와의 방역 협조체계가 제대로 작동할지도 관심사다.
갈등은 계란 산지가격 고시 문제에서 시작됐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6월 협회의 산지가격 고시가 도매가격 상승을 유도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 공정위는 올해 5월 협회의 행위가 가격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 9400만 원 부과를 의결했다.
이후 농식품부는 지난 7월 29일 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다만 현재 공정위 처분과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은 모두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장식 의원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게 "지금 산란계 협회의 법인이 있는 상태"라며 "그런데 정부가 AI에 관련된 방역 정보 공문 수신자 대상에서 산란계 협회를 뺐다"고 지적했다.
임미애 의원도 "방역 관련해서 (산란계 협회에) 공문을 보내 함께 방역에 나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농식품부는 협회와의 갈등과 별개로 산란계 농가에 방역정보를 직접 전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란계 농가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을 통해 특별방역대책기간 시작과 철새 경보 발령 등 주요 방역정보를 농가에 직접 문자로 안내하고 있다"며 "시·군 단위로 산란계 농가의 SNS 단체대화방도 구성했으며, 이를 통해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산란계협회에 방역 협조 공문을 발송하는 문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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