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청년층 사이에서 지출은 줄이면서도 재미와 경험을 챙기는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회를 포장해 한강공원에서 즐기거나 남대문시장에서 저렴한 그릇을 고르는 식이다. 이 같은 소비경험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수산시장과 전통시장이 청년층의 새로운 소비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매일경제가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각종 활어와 생선·어패류가 진열된 1층 판매장 키오스크 주문 대기줄이 건물 입구까지 이어졌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 온 2030 손님들이 대다수였다. 직접 키오스크를 통해 포장 모둠회를 주문했더니 회를 받기까지 20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방문 이유로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친구과 시장을 찾은 김채린 씨(21)는 “회를 싸게 판다고 들어서 왔다”며 “모둠회 2인분을 포장해 친구와 함께 근처 한강공원에 가서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회를 포장해 야외에서 즐기는 이른바 ‘회크닉(회+피크닉)’도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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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인은 “최근 젊은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며 “이들 중에서 회를 포장해 한강으로 가는 손님들이 90%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야외 경치를 즐기며 회를 먹는 사진과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대의 관심은 온라인 검색에서도 확인된다. 9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9월 19~29세의 ‘노량진수산시장’ 검색량은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키워드의 9월 검색량을 연도별로 비교해 보니 지난해까지 비슷한 수준을 오가던 수치가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청년들이 저렴한 가격을 찾아 방문하는 곳은 수산시장뿐이 아니다. 각종 그릇과 살림살이를 싸게 장만하기 위해 그릇 도매상가를 찾는 청년도 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는 젊은 손님들로 붐볐다. 인파를 뚫고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 진열된 그릇을 고르기 바빴다.
도매시장에서 그릇을 싸게 판다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방문했다는 30대 장 모씨는 “살림살이는 보통 온라인 마켓에서 사곤 했는데, 도매시장이 더 싸서 왔다”며 “가격도 저렴한데, 온라인 쇼핑과 달리 모양과 질감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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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숍이나 소품 가게에서 1만원을 웃도는 그릇도 이곳에서는 3000원대에 살 수 있다. 한 상인은 “3000~4000원 하는 가장 싼 그릇이 제일 많이 팔린다”며 “젊은 손님을 잡아두기 위해 예쁘고 귀여운 그릇을 가게에 더 많이 들여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과 마찬가지로 남대문시장 검색량도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현상은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가격에 민감해진 청년층의 소비성향 변화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5개월간 3% 안팎을 이어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2.9% 올랐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저가 소비’라기보다 청년들의 새로운 소비문화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도매시장과 전통시장을 찾는 것은 단순히 싼 것을 찾는 행태라기보다 지출 방식을 바꾸는 소비문화로 이해할 수 있다”며 “소비경험을 SNS에 공유하면서 개인의 경험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이를 통해 경제성과 재미·경험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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