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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10-10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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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필란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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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쿠시마현 낚시 명인 모리이 노보루 씨가 지난달 20일 가이후군 아사카아항구 앞 방파제에서 감성돔 낚시를 하면서 찌가 떠 있는 주위로 밑밥을 던지고 있다. “빨리 한 마리를 잡자.” ‘낚싯줄을 드리울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에토 히로노리(江頭弘則·74) 씨가 말했다. 5세 때 아빠를 따라 처음 해 본 낚시 인생이 70년이고 일본 도쿠시마현(縣) 19대 명인인 낚시꾼치고는 싱거운 대답이었다. 그 말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선 이튿날을 기다려야 했다. ● 낚시 명인은 겸손을 보여 준다 황동규 시인은 연작시 ‘풍장2’에서 물고기들을 ‘바다 위에 떠다니는 가을 햇빛의 알갱이들’이라고 했다(하응백, ‘나는 낚시다’, Human&Books, 2015). 도쿠시마에 온 이유 중 하나는 가을 바다에서 그 햇빛 알갱이들, 가을에 낚시꾼들이 떠받드는 감성돔을 잡아 보기 위해서다. 도쿠시마는 일본을 이루는 4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쿠(四國) 동쪽에 있다. 작다고 해도 제주도 10배 크기다. 북태평양에 면한 도쿠시마 옛 이름은 아와(阿波)인데, 국내 낚시꾼들에게는 아와조법(釣法)으로 알려져 있다. 탁구공처럼 깎은 나무에 낚싯줄이 통과하도록 구멍을 낸 구멍찌를 써서 손으로 밑밥을 뿌리며 물고기를 모아서 낚는 이 조법은 1960년대 도쿠시마에서 생겼다(낚시춘추 무크지 4 ‘구멍찌낚시’, 2014). 지난달 20일 동트기 전 도쿠시마현 가이후군 아사카와항구에서 바라본 아사카와만. 오전 4시 50분경 아사카와항(港)에서 통통배를 타고 3분 거리 방파제로 향했다. 바다로 더 나아가 갯바위 낚시를 하려고 했지만 제25호 태풍이 발목을 잡았다. 에토 명인과 그의 제자 모리이 노보루(森井陽?53) 명인, 그리고 신국진 낚시 프로(58)가 방파제 오른쪽에서부터 7~8m 간격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장 왼쪽에는 도쿠시마현 공무원 4명과 국내 동행인 2명에게 번갈아 쥐어 보기라도 하라며 낚싯대 하나를 놔 줬다. 아사카와항구 앞 방파제서 낚시를 시작한다. 사진 앞에서부터 에토 히로노리 명인, 신국주 프로, 모리이 명인, 그리고 초짜 낚시꾼들. 사람들은 약 4km 떨어진 데와지마(出羽島)섬 쪽 외해가 아니라 항구를 바라보며 낚싯대를 휘둘렀다. 모바일오션파라다이스7 구멍찌와 봉돌, 미끼 등을 매단 낚싯줄이 공중을 내달려 10~20m 앞 바다에 떨어진다. 그 반경 1~2m 안으로 밑밥을 몇 번이고 날리며 바닥 가까운 곳 물고기들을 꾀어낼 때까지 기다린다. 아사카와항구 앞 방파제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들. 도쿠시마 낚시 명인이 되려면 현 단위 조어(釣魚) 대회에서 15회 이상 우승하고 전국 대회에서도 두세 차례 우승해야 한다. 그러면 낚시 관련 업체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가 된다. 모리이 명인은 낚시도구 대형 체인.에 사진이 걸릴 정도로 유명하다. 그래도 낚시할 때는 낚시 생각만 한다. 줄을 더 멀리, 아니면 가까이 던질까. 왼쪽으로, 아니면 오른쪽으로. 더 깊게, 아니면 더 얕게. 물길의 변화나 바람 세기와 방향도 늘 가늠해야 한다. 낚시는 기다림과의 싸움이다. 오전 6시경 시작된 썰물이 두 시간쯤 지났다. 왼쪽 끝 낚싯대가 난데없이 휘어진다. 인생 첫 낚시라는 현 공무원이 감성돔을 낚았다. 월척이다. 환호성이 터진다. 이후 20여 분 간격으로 차례차례 그 낚싯대를 잡은 ‘아마추어들’이 진한 손맛을 본다. 못해도 30cm가 넘는 감성돔, 청돔, 쥐노래미, 자바리(다금바리), 벵에돔이 잇달아 올라온다. 신국진 프로도 40cm짜리 감성돔을 두 마리 잡는다. ‘눈치 없는’ 월척 감성돔이 초보 낚시꾼인 도쿠시마현 공무원(오른쪽)에게 제일 먼저 잡혔다. 왼쪽은 신국진 프로. 명인과 제자는 묵묵히 앞만 바라본다. 초조해진 걸까. 꽁꽁 뭉쳐 부스러기가 남지 않아야 할 밑밥 잔해가 두 사람 주변에 흩어져 있다. 소설 ‘노인과 바다’ 첫 문장이 떠올랐다.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작은 돛단배를 타고 홀로 낚시하는 노인이었고, 물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한 채 84일이 지났다.’ 그때 명인이 몇 번 낚싯대를 채더니 뜰채로 41cm짜리 감성돔을 퍼 올린다. 눈가에 미소가 어린다. 비로소 미소를 자아낸 에토 명인. 시간은 예정된 정오를 향한다. 이제 그만 정리하자는 말이 나온 직후였다. 제자의 휘어진 낚싯대가 빠르게 진동하며 윙윙 소리를 낸다. 월척과 막바지 씨름할 때 난다며 낚시꾼들이 ‘피아노 소리’라고 부르는 소리다. 40cm쯤 되는 쥐돔을 낚았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종이다 모바일 온라인 손오공 게임 . 제자 표정이 홀가분하다. 에토 명인의 제자 모리이 명인도 ‘이제 그만 정리하자’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쥐돔을 잡아 올렸다. 심기가 편하진 않을 텐데 명인은 “낚시는 인생입니다. 친구를 만나는 것이죠”라고 소감을 말했다. 아무리 준비가 완벽해도, 아무리 낚시 솜씨가 좋아도 때때로 고기를 못 잡는다. 바로 그 이유로 낚시꾼들은 낚시를 한다(폴 퀸네트,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 공경희 옮김, 바다출판사, 2014). ‘빨리 한 마리 잡자’던 말이 무슨 뜻인지 그제야 알 것 같다. 겸손이다. 낚시는 우리가 아주 불완전하게 엿볼 수 있을 뿐인 수중 세계에 대해 겸손하라고 가르친다(마르셀로 글레이서,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 노태복 옮김, 知와 사랑, 2023). 낚시는 자신을 낮추며 낯선 사람과 장소에 너그러워지는 순례와 통한다. 낚시만큼 인생에서 겸손을 가르쳐 주는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모리이 명인(왼쪽)과 신국주 프로. ● 무지했던 미술사 순례 도쿠시마현 나루토시 오츠카 미술관에 재현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순례는 오츠카 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이 미술관은 유럽 미술사의 시대별 명작들을 실제와 똑같이 모사한 작품 800여 .이 전시돼 있다. 그린 것이 아니라 각 작품의 공식 사진을 실제 크기의 자기(磁器) 타일에 레이저로 쏴서 입힌 뒤 고온의 불에 구워 냈다. 동굴벽화는 동굴을 만들었고,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위해 길이 40.5m, 폭 14.0m, 높이 20.7m인 그 성당 구조를 재현했다. 오츠카 미술관에 전시된 벨라스케스 작품 ‘하녀들’. 여기서 순례는 모작(模作)의 정밀함에 대한 놀라움의 연속만은 아니다. 몇몇 유명 작가로만 알던 각 시대의 ‘숨겨진’ 작가와 작품을 확인하는 길이기도 하다. 보티첼리는 들어봤지만 티치아노 베첼리오, 죠르지오네, 젠틸레 벨리니는 몰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알았지만 틴토레토, 일 소도마,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는 금시초문이었다. 루벤스나 벨라스케스 작품은 곁눈질로나마 봤지만 마인데르트 호베마, 피테르 얀스 산레담, 후세페 데 리베라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맨 위 사진부터 티치아노 베첼리오 ‘우르비노의 비너스’, 프란시스코 고야 ‘벌거벗은 마하’,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 양귀비게임 한 소재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용되고 새로운 의미가 더해지는지 보는 것 또한 순례다. 여성 나신을 표현하는 방식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에두아르 마네의 1863년 작 ‘올랭피아’는 그 기원을 두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 티치아노가 1538년에 그린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프란시스코 고야의 18세기 말 작품 ‘벌거벗은 마하’다. 올랭피아는 우르비노의 비너스 모델 구도를 따랐고, 벌거벗은 마하에서는 파격적인 여성의 시선을 따 왔다. 이 그림들을 오르세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이 아니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순례자의 특혜다. ● ‘동양의 산티아고’… 진짜 순례의 시작 시코쿠는 사실 순례의 땅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 순례자들 사이에서는 ‘동양의 산티아고’라고 불리기도 한다(원대환, ‘엄마는 시코쿠’, 황금시간, 2025). 일본 밀교 진언종(眞言宗)을 창시한 코보(弘法)대사가 수행한 발자취를 따르는 사찰 88곳을 순례하는 길이다. 약 1200년 전 시작된 총연장 약 1200km 순례길은 두루두루 이어져 있다고 해서 ‘시코쿠헨로미치(遍路道)’라고 부른다. 시코쿠 순례길 88개 사찰 가운데 제1번 절인 료젠지. 이 순례길 첫 번째 절 료젠지(靈山寺)가 도쿠시마에 있다. 여기서부터 88개 사찰을 돌고 료젠지로 돌아오면 시코쿠 4개 현을 시계 방향으로 도는 셈이다. 4개 현마다 순례 화두가 있는데 도쿠시마는 발심(發心)이다. 깨달음을 구하려는 마음을 낸다, 무언가 하겠다고 마음 먹는다는 의미다. 순례자와 참배객들이 료젠지 불당 앞과 불당 내부에 켜 놓은 향과 등불. 료젠지는 국내 웬만한 절에 비하면 규모는 소박하다. 가람 배치도 일정한 방식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둥근 삿갓에 흰옷을 입고 염주를 두른 손에 금강지팡이를 든 진짜 순례자를 만날 수 있다. 29세라고 밝힌 영어가 유창한 일본 청년은 조부모의 권유로 순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번에 일주일 또는 열흘씩 순례길을 돌아 3개월여 만에 마쳤다고 했다. 감히 묻지는 못했지만 이 청년은 시작할 때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있을까. 순례자는 길을 걸으며 살생하지 않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으며 거짓말과 험담하지 않고, 욕심이나 분노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등 십선계(十善戒)를 배운다고 한다(원대환). 언젠가 이 길을 걸어 봤으면 했다. 료젠지에서 만난 순례객. 셀로 글레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