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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어떤 사람이든 완벽해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그 모습은 흡사 숲속에 놓인 단단한 돌처럼 보이기도 하고, 해풍에 기울여진 나무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사람이 몰입하는 순간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몰입이 아름답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하는 모습이 책 읽는 모습보다 아름답다고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나는 이 해답을. 책을 읽고 있지 않지만 아름답게 느껴졌던 사람들의 모습들로부터 찾을 수 있었다. 무엇을 쓰다가 잠시 멈춰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 미술 균등분할방식 작품을 보면서 생각에 잠긴 모습, 헤어지는 연인과 인사를 하고 연인의 잔상을 잠시 머금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나는 이 모습들 덕분에 어떤 한 사람이 남의 세계가 아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 때, 자신의 사유와 감정에 직면하여 몰입할 때 사람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평범한 독자에 불과했던 내가 책을 병적으로 사랑하게 된 것 봄날 은 문학을 하고자 결심한 뒤부터였던 것 같다. 더 많은 활자를 내 안으로 욱여넣어야지만 좋은 글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심지어 엥겔지수를 변형하여 ‘책 엥겔지수’라는 것을 만들었다. 식비의 반이라도 책을 사지 않으면 영혼이 빈곤해진다고 생각하는 엉뚱한 지수였다. 열심히 책을 사서 꾸준히 읽었다. 충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몇 달은 그랬다. 그런데 우리수협 어느 날 친구들에게 술 한 잔을 살 때면 ‘이 돈이면 책 몇권을 더 살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어느새 가난해져 있었다.
마음과 잔고가 가장 가난했을 때, 책방을 열었다. 나는 단 한가지만 생각했다. “돈을 내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책방을 만들자.” 이 생각을 하자 왠지 큰 부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국민은행집담보대출 들었다. 심지어 문을 열고 2년간은 책을 사면 음료도 무료로 제공했다. 어쩔 수 없이 투잡을 뛰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사람들이 책방에서 책에 집중하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넉넉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방과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투잡을 뛰느니 책방에 더 집중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조언해 주었다. 나는 오랫동안 망설이다 책방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국민은행마이너스통장자격 책방에서 예술과 독서 모임을 열기 시작했고, 통장을 탈탈 털어 유리창을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오마주해서 설치하기도 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파란색으로 변하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런 모든 외형은 내가 생각한 책방의 근원적인 요소들이라기보다는 껍데기일 뿐이었다. 책방은 사람들에게 어떤 사유를 할 수 있게 하는 장소가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질문지를 매달 만들기 시작했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을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하고, 사람들이 쓴 종이를 모아 책으로 만들고 ‘질문의 밤’이라는 모임도 개최했다. 그제야 책방 이름인 소수책방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러시아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오마주해 소수책방의 창이 꾸며졌다.
책방 ‘고민함’에 담긴 손님들의 사연을 읽으며 상담해주는 소수책방 지기.
소수책방의 소수는 자기 자신과 1로만 나눌 수 있는 숫자 소수를 의미한다. 자신을 자신으로 나눈다면 무엇이 남을까. 육체성은 사라지고 사유와 질문만 남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이 총체가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방은 여전히 힘들다. 그래서 소수책방 인스타그램에 “망하기 전에 놀러 오세요”를 써놨다. 이것은 진심이다. 이 글을 보시면 정말로 “망하기 전에 놀러 오세요.”
글·사진 김문 ‘소수책방’ 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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