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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11-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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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원고지에 글을 쓰자는 것이 젊어서부터의 꿈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을 향해 권총 세 발을 쐈다. 남편의 전처가 낳은 아들이지만, 친아들 못지않게 아끼며 길러온 자식이었다. 어머니는 왜 그를 죽여야 했을까. 소설가 김홍신(79)은 그 질문을 풀기 위해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국내 최초의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해냄)를 펴냈다. 2023년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번 소설을 쓰게 된 출발.으로 성경 속 한 인물을 꺼냈다.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였다. "성모 마리아는 오래 기억되는데 예수를 팔아먹은 유다의 어머니 이야기는 왜 나오지 않을까 의아했습니다. 유다처럼 악한 자식을 둔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성경은 유다의 배신을 기록했지만 그를 낳고 길렀을 어머니의 고통에는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 김홍신은 바로 그 침묵 속에 소설의 자리를 만들었다. 악인이 된 아들을 둔 어머니는 어디까지 사랑해야 하는가. 혈육에 대한 사랑과 인간으로서의 양심이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가. 소설은 첫 장부터 비극의 결과를 드러낸다. 서울 가회동 한옥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리고, 집주인 박해선이 육군 소령인 첫째 아들 윤상경을 쏘아 죽인다. 소식을 전해 들은 기자 송미연이 집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사건은 벌어진 뒤다. 박해선은 스스로를 '유다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그가 총을 겨눈 이유는 서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난다 스톰게임 . 두 아들 윤상경과 윤상선은 군사반란에 가담한 장두영 장군의 수행 장교다. 형 상경은 권력에 가까워질수록 욕망에 휘둘리고, 동생 상선은 정변의 계획과 광주에 대한 조작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를 외부에 공개하려 한다. 상선이 사라진 뒤 문서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어머니 박해선뿐이다. 특수 요원들에게 끌려간 박해선은 거듭된 심문에도 입을 열지 않는다. 소설은 그가 조사받는 현재와 젊은 시절의 기억을 교차시킨다. 강원도 철원에서 교사로 일하던 때 남편 윤재근을 만나고, 그의 어린 아들을 자신의 자식으로 받아들였던 시간이 이어진다. 독자는 아들을 죽인 어머니의 현재를 먼저 본 뒤, 그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뒤늦게 알게 된다. 모성의 깊이를 충분히 보여준 다음 그 모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선택을 마주하게 하는 구성이다. 이 소설이 단순한 권선징악의 복수극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홍신 작가의 콩트집 '도둑놈과 도둑님'(평민사) 표지. 김 작가는 1980년 이 책에 실린 작품을 문제 삼은 보안사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당시의 경험은 신작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에서 군사권력의 폭력과 역사적 책임을 다루는 배경이 됐다. 김홍신문학관 김홍신은 이날 "형법상 처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역사적 필주(筆誅·글로써 잘못을 꾸짖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용서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복수도 아름다울 때가 있다"며 잘못된 역사를 글로 기록하고 꾸짖는 일이 문학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불과 3년 전 내놓은 소설에서 정반대처럼 보이는 말을 했다는 사실이다 황금성다운로드 . 전작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의 중심에는 용서가 있었다. 1971년 사살된 북한군 장교의 시신에 십자가를 꽂아줬다가 반공법 위반 혐의로 고초를 겪는 육군 소위의 이야기다. 억울하게 삶을 빼앗긴 주인공은 오랜 증오 끝에 자신을 파괴한 사람들을 용서하는 길을 택한다. 당시 작품을 관통한 문장은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였다. 3년 뒤 '유다의 어머니'에서는 복수를 말한다. 그렇다고 작가가 용서의 가치를 버린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을 용서하는 문제와 역사적 잘못을 기록하고 책임을 묻는 문제를 구별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깊게 배어 있다. 김홍신은 과거 1980년 12월 콩트집 '도둑놈과 도둑님' 때문에 보안사 관계자에게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국가원수 모독과 체제 비방, 군 모독이라는 추궁을 받았고 책은 압수·판매 금지됐다. 그때의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묻어뒀던 공포가 다시 살아났다고 했다. "트라우마라는 것은 지워지지 않는 개인의 역사가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탄핵 표결을 앞둔 7일 오전 10시 생중계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며 자신의 임기와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TV촬영) 조용준 기자 그는 당시 여의도로 향하려다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고 회고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자신에게는 글로써 역사를 꾸짖는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릴게임바다이야기하는법 작가는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을 거론하며 불의에 저항해 온 사람들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에는 작가가 겪은 시대의 또 다른 풍경도 들어 있다. 언론이 통폐합되고 기자들이 해직되는 세상이다. 진실을 알면서도 쓸 수 없는 기자, 기밀문서를 세상에 공개하려는 사람들, 권력의 명령에 따라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들이 한데 얽힌다. 소설에서 기밀문서는 단순한 사건 해결의 열쇠가 아니다. 누가 역사를 기록하고 누가 그 기록을 지울 수 있는가를 둘러싼 싸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실제 역사와 허구가 가까이 맞닿은 만큼 집필 과정도 쉽지 않았다. 김홍신은 초고에 실제 사건과 인물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많았으나 퇴고를 거듭하며 허구적 설정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쓴 작품 가운데 이처럼 여러 차례 고쳐 쓴 경우가 드물었다고 했다. 원고지 800매는 이번에도 만년필로 썼다. 그에게 만년필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논산 김홍신문학관의 상징인 검은 원과 붉은 원은 잉크 한 방울과 피 한 방울을 의미한다고 했다. 고(故) 최인호 작가와 죽을 때까지 손으로 글을 쓰자고 약속한 것도 기억했다. 1976년 단편 '본전댁'으로 등단한 그는 1981년 '인간시장'으로 한국 출판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가 됐다. 제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홍신의 대발해' 등 역사소설도 발표했다. 이번 '유다의 어머니'까지 펴낸 책은 142권. 이제 목표는 150권이다. 다음 작품을 위해 백제사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했다. 작가는 자녀들에게 미리 유언도 남겨뒀다. 죽을 때 손에 만년필을 쥐여주고 머리맡에는 원고지를 놓아달라는 부탁이다. 세 발의 총성으로 시작하는 소설을 내놓은 날, 그는 자신의 마지막 장면만큼은 오래전부터 정해뒀다고 말했다. 536.t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