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다시 변동성 늪에 빠졌다. 올해 7월 22% 급락에 이어 10월에도 16% 하락했다. 기시감이 들 정도로 원인은 유사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발 위협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반복됐다. 코스피는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절반을 차지해 글로벌 기술주가 흔들릴 때마다 어김없이 요동친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후 잠잠해졌던 사이드카도 빈번히 발동되는 모습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고금리, 미국 중간선거 이후의 불확실성 등에 비춰볼 때 매크로 환경도 증시에 썩 우호적이지 않다.
외국인은 올 들어 3일까지 코스피에서만 211조 2236억 원을 팔아치웠다. 역대 최대다. 근래 순매도했던 2022년(6조 8000억 원)과 2025년(4조 6000억 원)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그럼에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32%에서 현재 40%까지 높아졌다. 올 상반기 상승장에서는 리밸런싱에 따른 기계적 매도라는 낙관적 해석도 나왔지만 수익은 대부분이 그들의 몫이었다. 최근의 원화 강세 기조를 감안하면 외국인들의 순매도 흐름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매도 물량,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감안할 때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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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매동향과 코스피지수의 상관관계를 보면 하반기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할 때 시장도 상승하는 날이 대다수였다. 올 상반기 증시가 과열됐을 때는 개인투자자들이 끌어올리기도 했으나 실탄이 떨어진 지금은 역부족이다. 급등 뒤 급락하는 과정에서 개미 대다수가 7000~8000선에 물려 있어 여전히 외국인의 놀이터가 됐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사실상 증시 반등은 외국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증시 급락과 관련해 “주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해야 될 일이 뭔가 계속 체크하고 있다”며 “조만간 종합 보고를 받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증시가 매우 저평가된 큰 이유 중 하나는 시장의 투명성·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인위적 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나 아직 별다른 대책은 없다.
정부가 지난해 주주 충실 의무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을 통해 ‘박스피’를 벗어나게 한 효과만큼은 시장도 인정한다. 올해는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꼬리표를 붙여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 Shaming)’을 시행했고, 비록 법원에 제동이 걸렸지만 시가총액 미달 및 동전주 상장폐지 정책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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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배주주를 타깃으로 한 주가누르기방지법 역시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의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와 같이 세제 혜택을 통해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이 빠져 있는 것이 아쉽다. 또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에 잡혀 중복상장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기업공개(IPO) 시장을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루트를 막아버렸다.
증시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면 매력적인 시장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다. 대표적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이 된다면 더 많은 외국인 자금 유입이 가능해진다. MSCI는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 편입을 보류하면서 외환시장 접근성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외환시장을 24시간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역외 원화 결제망을 시행하는 등 보완책을 내놓고 있으나 공매도 부문에서만큼은 여전히 규제 체계가 글로벌 투자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초과 세수에 따른 미래대응기금 역시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직접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면 외환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올 상반기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유예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출시로 만든 급등장은 급격한 조정으로 돌아와 개인투자자를 시장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우리 증시의 기초체력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단기적인 주가 부양보다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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