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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신작 ‘미키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7이 왜 17이 됐을까. 소설의 핵심은 103쪽에 나오는 테세우스라는 고대 영웅 얘기에서 나온다. 이 부분을 잘 읽어 낼 필요가 있다.
수송선이자 일종의 우주정거장인 드라카에서 젬마라는 여인(일종의 현장 학습 지도 선생이다)은 익스펜더블인 주인공 신협파산 미키(정확하게는 미키1이 되기 전의 본질적인 미키. 본명은 미키 반즈이다)에게 3000년 전에 테세우스가 배를 타고 지구의 전 세계를 항해하며 다녔다고 말한다.
스틸컷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 개인회생보증인대출 ws/202502/28/ked/20250228171704268tsdh.jpg" data-org-width="1000" dmcf-mid="bVMI7sIiA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 무기중개 ws/202502/28/ked/20250228171704268tsdh.jpg" width="658">
영화 <미키17> 스틸컷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젬마는 미키 반즈에게 묻는다. “반즈씨. 테세우스는 여행하는 동안 배 여기저기를 고쳐야 했어요. 제2금융이자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원래 선체를 구성했던 배의 목재는 하나도 남김없이 다 바뀐 것이었죠.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원래 출발했었을 때의 배와 같은 배일까요, 아니면 다른 배일까요?” 그다지 영리하지 않은 미키는 “당연히 같은 배”라고 말한다.
그러자 젬마는 다시 묻는다. “그런데 테세우스가 이 배를 타고 또 다른 여행을 떠날 금계산기 때 배 전체를 다시 만들어야 했어요. 그렇다면 그건 같은 배인가요, 다른 배인가요?” 미키는 이번에도 비교적 손쉽게 그건 ‘다른 것’이라고 즉답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그 배는 일종의 후속작이니 테세우스 2호라 부르면 되겠군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젬마가 그 답에 매우 의미심장한 얘기를 한다.
“왜죠? 모든 부품을 하나씩 뜯어고쳤을 때와 한 번에 배 전체를 다시 지었을 때는 왜 다른가요? 우리의 몸을 이루는 세포 중에 10년 전에 존재했던 세포이거나 몸의 일부였던 세포는 하나도 없어요. 우리는 하나씩 세포를 바꿔 온 거죠. 그런데 당신은 한 번에 새로 다 만드는 거예요. (그건 같은 존재이자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의미해요.) 그게 익스펜더블인 거죠. 당신은 바로 테세우스의 배인 셈이에요.”
처음에 봉준호가 『미키7』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조금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소설의 위 대목을 읽고 나서는 '아, 그렇군. 봉준호가 AI시대의 핵심적 명제인 인간의 정체성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서였군'이라고 이해하게 됐다. 복제가 자유로워진 시대, 3D 프린터가 인간 재생까지를 가능하게 하는 시대(영화에서 미키가 재생되는 모습은 프린터기가 복사품을 토해 낼 때의 소음과 덜컹거림으로 표현돼 있다)에 사람들은 각각 자기가 자기일 수 있는가, 자기가 자기인 것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그런데 그 자기는 이전의 자기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완전히 다른 것인가 조금만 다른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 / 사진. ⓒ연합뉴스
이번 영화는 봉준호가 거기에 답하고 싶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의아했다. 과도한 SF적 상상력과 우주 공간에 대한 이미지는 다소 봉준호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물론 ‘설국열차’가 있긴 했지만, 그것도 우주까지 나간 것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봉준호는 역시 봉준호다. 소설의 핵심을 영화의 핵심으로 옮길 때 그는 7번째 미키를 17번째 미키로 바꾼다. 소설과 다른, 영화의 비상한 핵심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7은 왜 17이 됐는가. 7과 17 사이, 약 10번의 재생 과정에서 익스펜더블인 미키는 단 2분만 생존할 때도 있다. 자 이쯤에서 익스펜더블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익스펜더블은 대체 불가능한 노동이나 미션을 수행하는 인간의 생체 DNA를 미리 복제해 놓고 거기에 기억까지 이식해 놓은 상태에서 신체적으로 사망에 이른 경우, 혹은 이르게 한 경우에 새롭게 만들어 내는 신인류형 존재이자 소모품 인간이다. 미키는 우주 항모선 드라카에서 나와 우주선 선체 외곽을 고치는 일을 한다든지, 방사능을 쏘인다든지, 새로 발견한 행성 니플하임에서 위험한 개척 노동을 한다든지 하는 일을 맡는다. 익스펜더블 미키는 일종의 마루타이다.
드라카 지휘부는 미키를 통해 일본제국주의 731 생체실험 부대 같은 일을 하는 셈이다. 다만 친절하고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한다. 행성 니플하임에는 크리퍼라는 이름의 외계 생물까지 살고 있고 드라카의 지도자 마샬을 포함해, 이번 우주 식민지 건설을 위해 자원해서 이 행성을 찾은 사람들은 크리퍼가 인간을 통째로 먹어 치우는 공포스러운 포식자라고 생각한다. 미키17는 크리퍼 앞으로도 내몰린다. 자, 애기가 옆으로 샌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 7과 17 사이에 영화는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가. 봉준호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왼쪽부터) 로버트 패틴슨과 봉준호 감독 / 사진. ⓒ연합뉴스
봉준호는 미키가 7에서 17이 될 때까지 그 과정에서 수없이 착취를 당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니플하임 행성에서 첫발을 떼기 전 지휘부의 명령은 헬멧을 벗고 자연 호흡하라는 것이다. 행성의 물질을 만지게도 한다. 당장 니플하임에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키17이 되기까지 미키는 끊임없이 피를 토하고 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죽어 나간다.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우주선 생체 실험부서는 그를 끊임없이 죽이고 또 죽인다. 그리고 미키17이 되기 전 간신히 우주 백신을 개발하게 된다.
이쯤 되면 AI시대 혹은 4차산업 시대에 이르러 인간이 처한 자기 정체성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보다는 노동과 생존의 착취라는 새로운 사회계급적 문제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설의 이슈와 철학적 명제는 사회과학적 주제로 옮아간다. 점핑 컷으로 전환된다. 하여, 봉준호가 괜히 봉준호가 아닌 것이다.
그의 이번 영화적 화두는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 해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자의식이 아무리 바뀐다 한들, 4차산업 시대이든 우주과학 시대이든 상관없이 자본주의적 착취 관계, 거기서 파생된 계급의식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모아진다. 영화 ‘미키17’는 소설 『미키7』의 사회과학적 분석서이자 계급이론으로 재해석한 독해서이다. 봉준호는 이번에도 자신이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영민하며 천재적인 감독임을 입증해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는 소설, 곧 텍스트의 평면을 입체로 바꾸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구름다리의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캐릭터이다. 캐릭터를 얼마나 살아 숨 쉬게 만드느냐에 영화적 성공의 비밀이 다 담겨 있다. 영화에는 미키17(로버트 패틴슨)이 있고,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데, 17과 다른 미키18이 있으며 17의 애인이자, 역시 이 부분도 중요한데 미키 17과 18 모두를 갖고 싶어 하는 흑인 여성 나샤(나오미 아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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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17> 스틸컷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독재자 마샬은 우주선 안에서 섹스를 금지하고 행성이 개발되는대로 우량종자를 통한 우성 인류를 양산해 내자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우주 시대의 신인종주의이자 차별주의자이다. 따라서 미키17의 애인이 흑인 여자인 것은 상징성이 있다. 영화에는 주인공인 이 둘처럼 식민지 개척에 동원됐거나 마지못해 지원한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 마샬(마크 러팔로)이 있다. 그리고 그를 조종하는 부인이자 잔혹성으로 따지면 마샬 이상인 여인 이파(토니 콜레트)가 있다. 명백하게 미국과 한국의 우파 지도자 부부를 연상케 한다.
미키에게는 지구에서부터 같이 이곳 니플하임 행성까지 온 티모(스티븐 연)란 친구가 있다. 티모는 지구에서 미키 이름으로 사채를 끌어 쓴 약삭빠른 인물이다. 티모의 이같은 행동 때문에 그와 티모 둘 다 살해 위협에 시달린다. 둘이 드라카에 탑승한 이유도 사채업자의 추적을 피해서였다. 한편 미키17 주변에는 그를 좋아하는 카이라는 보안요원(안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도 있다.
이들 모두는 낯선 행성에서의 우주 개척이라는 신문명의 위기 앞에서 소모 복제인간 미키 반즈(미키의 본질)와 함께 실존의 의미, 진정한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찾아 헤맨다. 수사학적으로 그들이 그렇게까지 심오한 생각과 행동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전체 모습을 통해 봉준호가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과연 미래적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 그와 연결되어 있는 지금 당장의 삶의 가치란 또 무엇인가에 대해 풍부한 사색을 하게 만든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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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17> 스틸컷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캐릭터는 크리퍼이다. 크리퍼는 영화 뒤로 가면서 점점 귀여운 마스코트처럼 되어 간다. 그들은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위협적인 존재여서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일 뿐이다. 미국 이전에 존재했던 네이티브 아메리칸(원주민)처럼 크리퍼도 니플하임에 인간이 오기 전부터 주인이었으며 그건 지구의 모든 생물, 동물이 사실은 인간 이전에 인간보다 더 주인이었음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미키 등은 종래에 통역기를 통해 크리퍼와 소통하게 된다. 영화에서 미키17과 미키18은 힘을 합쳐 독재자인 마샬에 항거한다. 마샬과 이파 부부를 봉준호가 한국의 정치인 부부의 모습대로 풍자한 대목은 재밌고 웃기지만 매우 씁쓸한 대목이기도 하다. 마샬은 자기 부인에게 귓속말로 자꾸 속삭여 묻는다. “달링. 더 세게 나갈까?”
영화 ‘미키17’을 본 사람들은 ‘설국옥자’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그 둘의 작품을 합친 것 같다는 것이다. 맞지만 틀린 말이다. 봉준호는 자기의 이전 작품을 이번에 다 비벼 넣었다. 이번 작품은 ‘봉17’이고 동시에 ‘봉18’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미키가 미키 반즈인 것처럼 봉준호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A플러스 B는 AB가 되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그러면서도 같은 면이 있는, 연장선상의 C가 된다. 그 단순하고 오묘한 명제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단하다. 많은 철학자, 미래학자들이 놀랄 영화이다.
▶릴레이 리뷰 ①?"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복제인간 미키17에 대한 봉준호의 시선▶릴레이 리뷰 ② 18번째 복제인간과 마주한 미키...인간을 위해 죽는 모든 존재에게 묻는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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