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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환경 보호'라는 주제는, 식상하다. 한 귀로 듣고 만다. 공염불은 아니다. 자기 쓰레기 되가져오기 정도는 다들 따른다. 그밖에 뭘 더 할 수 있겠나.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 정도로 안 된다. 산악환경을 진정 보호하고자 한다면, 더 많이, 더 본격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해 깨닫게 된 실상이다.
필자는 국제산악연맹UIAA에서 여러 직책을 맡고 있다. 이사(아시아 대표)이자 등산위원회 위원이고, 특히 산악환경과 관련해서는 기후변화대책위원 통신연체 대출 회CCTF 위원, CCTF 내 홍보팀 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국제연맹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서양인들로, 산악환경 문제를 우리와는 무척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필자가 보기에 경직되거나 시야가 협소한 측면도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제산악연맹이 말하는 환경 보호
오늘날 서구에서 국내여신 산악환경 문제는 곧 기후변화의 문제다. 한때 마을까지 내려왔던 육중했던 산악빙하가 가물가물 씨가 마르고, '빙하 장례식'을 치르며 눈물까지 흘리는 이들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들이 주도하는 산악환경 보호의 현 패러다임은 따라서 탄소 배출량 감축이다. 그러나 탄소 배출량 감축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니다. 총괄적인 점검이 필요하고 쓰라린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전세자금대출한도 .
전 세계 73개국 94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는 국제산악연맹도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최근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제산악연맹은 202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기후행동을 위한 스포츠Sports for Climate Action' 규약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50% 감축과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 주공아파트전세자금대출 성하기로 서약했다. 2019년부터는 탄소발자국 연례보고서를 발행해 왔다. 이런 사업 추진을 위해 기후변화 관련 전담 직원까지 채용했다. 물론 모두 총회 인준을 거친 사안이다. 기후변화가 국제산악계의 화두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2024년 11월 발간된 국제산악연맹 한국자산관리공단 지속가능성 헌장.
여기서 주목할 문건은 2024년 11월 국제산악연맹이 발간한 <지속가능성 헌장Sustainability Charter>이다. 총 25쪽으로 방대한 분량이다. 수많은 전문가의 협력의 산물로서, 필자도 검수자로 이 헌장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
이 헌장은 산악환경 보호와 관련해 국제산악연맹 및 회원단체, 등산인 개인의 책임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특히 산악환경 훼손의 주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으며, 등산은 교통편 이용을 비롯해 의류나 장비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로 그에 일조한다고 명시했다.
물론 등산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동식물 생물다양성 훼손, 지형 변화, 경관 훼손 등의 문제도 있고, 스키리조트나 케이블카와 같은 시설물 건립은 대규모로 산악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나아가 산악지역 사회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됐다. 궁극적으로 이 헌장은 책임감 있게 등산에 나서야 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국제산악연맹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행동 지침을 1분짜리 영상으로 요약해 배포했다. 전 세계 일반 등산인·클라이머·산악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영상이다. 핵심 내용은 1. 직접 알아보자, 2. 현명하게 이동하자, 3. 함께 행동하자라는 세 가지 지침이다. 등산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큰 부분은 식량, 장비, 의류, 교통을 꼽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첫째로 등산인 스스로가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학습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로 등산을 위해 이동할 때 항공편이나 자가용 이용을 삼가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도보를 이용하는 게 권장되고 있다. 부득이하게 장거리를 가겠다면 가능한 한 '적게' 가되 '오래' 체류하라는 지침도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화된 행동보다는 조직과 단체가 나서서 행동할 때 폭넓은 동참과 범사회적인 변화를 이끄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독일산악회의 선구적 행보와 민주적 절차
기후행동에 관한 국제산악연맹의 이와 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환경 관련 사안에 관심이 큰 독일산악회DAV의 영향이 컸다. 독일산악회는 회원 수 160만으로 압도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산악회이다. 이 규모는 국제산악연맹에서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제연맹은 회원 수에 비례해 총회 투표권 숫자가 주어지는 절대 민주제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연맹 연회비도 회원단체의 개인 회원 수에 비례한다. 회원이 100만 명이라면 4,000만 원, 300명이라면 90만 원 정도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액수 탓에, 대한산악연맹은 전국적 그물망 조직체를 갖추었음에도 국제연맹에 회원 수를 겨우 몇백 명으로 보고하는 공공연한 추태를 보여 왔다. 국제회의 석상에서 회비 얘기만 나오면 필자는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다.
독일산악회는 파리협정COP21을 자체적으로 준수하기로 2019년 총회에서 의결했다. 그리고 산악회의 모든 운영을 통틀어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회원은 기존 연회비에 '기후 유로'로 1유로씩 더 납부하면서 그를 통해 예산을 확보, 지역 및 연방 단위로 다양한 사업을 공모·기획해 실행에 옮겨왔다. 예컨대 2024년 기준으로 전체 가맹 산악회는 총 350개인데, 그중 3분의 2가 기후 코디네이터를 두었으며, 100여 개 산악회는 자체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집계하기 시작했다.
또한, 독일산악회 소유 325개 산장, 200여 개 실내암벽장의 유지·보수·운영에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변환해 왔고, 자체 등산 전기버스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벌여 왔다. 이런 획기적인 사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역시 총회에서 '지속가능성 추진 전략'이 90% 이상 압도적인 찬성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기후 자원봉사자도 많아 이들이 각종 업무를 도맡고 있다.
국제산악연맹의 의사결정은 각 회원단체가 보유한 회원 수에 비례해 투표권이 주어지는 절대민주제를 따른다. 사진 국제산악연맹
탄소 배출량에 매몰되었다
요컨대 국제산악연맹과 독일산악회 등 서구 주요 산악단체는 기후변화를 산악환경 문제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을 구체적 현안으로 설정한 뒤 다양하고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것이 가능했던 추동력은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 또 이를 핵심적으로 여기는 민주적 시스템으로부터 나왔다.
필자는 이런 서구권 산악단체들의 행보가 바로 우리 등산계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사실 필자는 그런 사업이 논의되는 각종 회의석상에서 다음 여러 가지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첫째, '탄소 감축'에만 몰입돼 제한적이다. 현재의 탄소 배출량 계산식에 편입되지 않은 절차나 활동도 부지기수일뿐더러, 탄소 감축만이 환경 보호의 전부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탄소 감축이든 환경 보호든, 그에 관해 각국의 회원단체가 지닌 관심 정도나 변화를 위한 의지, 그를 뒷받침할 역량의 차이점이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여전히 국제연맹에서는 다수이자 주류인 서구권 산악계의 의중이 여과 없이 반영되고 비서구권의 소규모 회원단체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비서구권에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서구 부유한 국가들이 제공했으면서 이제 비서구 발전 중인 국가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과 함께 기후행동에 소극적인 면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지적은, 산악환경 보호 실천의 영역이 등산 활동으로만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산악환경 훼손 주범이 온실가스 배출이라면,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하는 주원인을 지목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주문해야 하지 않나. 각국의 대규모 건설산업이나 정유산업, 나아가 선진국 구성원의 일상적인 소비생활을 주범으로 지목할 수 있어야 한다.
등산은 오히려 대안이 될 수 있다. 산에서 배운 자연친화적인 삶의 양식을 도시 일상에서 실천하는 캠페인도 필자는 제안해 봤다. 아웃도어 산업에 등산계에서 조직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방책이다. '등산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이라는 목표가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가.
이상의 지적은 잘 받아들여지지 못했는데, 아마도 '자기 분야에서의 탄소 배출량 감축'이라는 방책이 서구에서는 그간 몹시도 중대한 정치적 사안이었으며, 그렇기에 그에 관해 다른 방향을 상상하고 논의하는 단계 자체가 이미 종결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것대로 전 세계 산악계의 대표성을 담보해야 할 국제산악연맹의 과제일 것이다.
국제산악연맹 산하 기후변화대책위원회 홍보팀의 홍보 영상.
변화를 받아들이고 나아가자
그렇다면 우리 등산·산악계 전반이 산악환경 보호에 관해 펼친 노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방향을 설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까? 필자는 다음 네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지금의 국제적 관점으로 보자면 국내 주요 산악단체나 유관 정부 부처가 산악환경 보호를 위해 해 그간 펼쳐온 활동들은 아쉽기만 하다. 국내 민간 영역에서 환경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들어 개발주의에 맞서면서부터다.
반면 산악인들은 훨씬 일찍부터 산악환경에 관심을 가졌다. 일찍이 1947년부터 한국산악회는 식목일에 식목 행사를 펼쳐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산악회 내 자연보호위원회는 1968년 신설됐다. 그만큼 한국산악회와 산악인들은 산악환경 문제에 민감했고 산악환경의 파수꾼을 자처했다.
문제는 산악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책이 식목이나 쓰레기 줍기 등 '피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점이다. 게다가 그런 피상적인 수준에서조차 사람들로부터 행동양식의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는지 의문이다.
산악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건설사업에 대항해 산악인들이 조직적으로 나섰던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최근 여름이 너무 더워지니 해외원정대가 증가해 장거리 항공편 이용이 늘었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 20여 곳에 인공빙장이 건립되어 왔고, 이는 물론 민감한 자연공원 밖으로 등반가들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빙장 조성에 소요되는 적잖은 전력 및 거의 필수적인 자가용 운행은 분명히 환경 파괴적인 요소이다. '청결'의 패러다임으로는 기후변화 국면을 헤쳐 나갈 방도가 없다.
국립공원공단도 마찬가지다. 공단이 자체 조사하는 '지속가능성 지표'도 공원 내 표본 지역의 생물다양성이나 일부 등산로 구간의 훼손 정도를 파악하는 지극히 지엽적인 수치 산출에 그칠 뿐,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공원에 찾아오는 현상은 공원 관리가 잘된 결과라고 자축한다. 아침저녁으로 자가용을 몰고 동서로 매연을 내뿜으며 서울발 설악산 당일 등산이 가능해진 게 과연 환영할 일인가? 공단 주최 토론회에서 필자는 이런 점을 지적했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는데, 그런 거시적 영향은 애초에 공원 측의 고려 대상 밖이었다.
독일산악회에서는 자체 등산 버스를 운영해, 접근하기 어려운 산행 기점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 독일산악회
둘째, 현 패러다임에 조응하는 사업을 선제적으로 기획해 추진해야 한다. 조사하고 연구해서 기획하고, 계도하고 독려하며 참여해야 한다. 최근 국내 설문조사들을 보면 대체로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비율은 낮으면서도 개인의 행동이 갖는 효과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천이 어렵지 않으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의미가 있다고 느낄 때 친환경 행동에 대한 실천 의지가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 정서란, 곧 준비된 프로그램이 있다면 참여를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된다. 한국산악회나 대한산악연맹, 산림청이나 국립공원공단, 환경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셋째,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등산에서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은 좋은 출발점이다. 앞서 서술한 국제산악연맹에서 공들여 제작한 리소스들을 참고해 우리 현실에 맞추어 시작하면 적절할 것 같다. 일단 시작하면 초기 탄력을 얻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등산 탄소 배출량 감축을 넘어 산악환경 보전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리면서 그에 맞춘 여러 층위의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탄소 배출량 감축이 이 시대 산악환경 보호의 패러다임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영구하지 않고 또 누구나 동의하는 바라고 할 수도 없다. 등산계 구성원 모두가 항상 동의하리라 전제할 수 있는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탄소 배출량 감축도 산악환경 보호도 아닌 등산 그 자체뿐이다.
요컨대 산악환경 보호도 탄소 배출량 감축도 등산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언제나 등산과의 연관 속에서 개념이 정립되고 공감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수치에만 골몰하면 어느새 참여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등산의 핵심 속성들, 곧 도전, 극복, 우정, 공동체, 자연 체험, 자연 친화적 세계관 등을 산악환경 보호 사업과 다양하게 연계해 기획할 때 생명력이 있을 것이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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