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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고 안 오면 안 되잖습니까. 매년 오는 날인데요."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1묘지. 하루 전 내린 비는 생각보다 깊었다.
묘지 내의 길목들은 군데군데 질퍽했다. 어젯 밤 내린 비가 생각보다 깊은 탓이다. 아직 물기를 머금은 잔디는 밟으면 밟는 대로, 제 몸을 다 내어주고 있었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앞서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에 따르면, 전날(16일)까지 참배객 5만2천70 노파심 0여 명이 묘지를 찾았다. 5·18민주화운동 추모식이 열린 이날도 수백 명의 유족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유족들과 시민, 학생, 일본에서 온 외국인까지 묘역 곳곳을 돌며 차례로 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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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단위 참배객들이 보훈해설사의 설 강원신용보증 명을 듣고 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이들의 목적지는 묘역 안 쪽, 이름 석 자 새겨진 비석들 앞이었다. 묘비 앞은 조용했다. 발걸음은 잦아들고, 숨소리는 묻혔다. 고요 속 꽃 한 송이씩 내려놓는 손끝만이 움직였다.
누군가는 무릎을 꿇고 묘비를 어루만졌다 전자수첩 . 또 다른 이는 두 손을 모아 무언가를 읊조리며 기도했다. 헌화는 짧고 간결했으나, 그 속에 담긴 시간은 45년이었다.
이번 제45주년 추모식 행사를 마친 유족들은 1묘역 등 일일이 묘비를 돌며 고개를 숙였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 문재학 열사, 16세 시민군 안종필 열사, 이한열 열사, 그리고 무명열사 묘 산업은행 필기 경영 역까지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꽃과 화환, 보라빛 난 등이 묘지 옆에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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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관현 열사의 누님 박행순(70대·흰색 옷) 씨도 묘지를 찾았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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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이었던 고(故) 박관현 열사의 누님 박행순(70대) 씨도 묘지를 찾았다. 박 씨는 박 열사가 하늘로 떠난 지 43주년이 되는 이날까지도 매년 묘지를 찾고 있다.
박 씨는 "관현이가 원했던 삶의 100분의 1이라도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하늘에 있는 관현이가 안심할 수 있는, 동생이 목숨을 바쳐서까지 원했던 나라를 위해 남은 산 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했다.
5·18 당시 '최초의 수배자, 최후의 수감자'로 본인을 소개한 최운용(70대) 씨도 묘지 한 편에서 참배하고 있었다. 2017년 별세 후 안장된 부인 박남순 씨를 보기 위해서다. 박 씨는 당시 계엄군이 뿌리는 최루가스에 맞서 마스크를 제작해 시민들에게 건넸다고 한다.
최운용 씨는 "초창기엔 참배하기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전 세계에서 동지들을 위로하고자 찾아오신다. 감사한 일"이라며 "살아있는 한 언제나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518정신 헌법 수록 등 잘 정리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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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학 열사의 묘비 위에 놓인 꽃다발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광주 뿐 아니라 전국에서 발걸음이 이어졌다. 울산 시민 이태수(70) 씨도 민주묘지를 찾게 됐다. 최근 '5·18 광주 정신' 덕에 국가 혼란을 수습할 수 있었다 생각했고, 이에 대한 감사함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5·18 희생자 분들께 대한 감사함, 그들 덕분에 혼란한 시국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자부심 등을 느껴 참배하게 됐다"고 했다.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보훈해설사들의 인솔을 받는 단체 관람객도 곳곳에서 보였다. 각각 10~20명 씩 함께 찾아온 시민들은 열사들의 묘지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에 집중했다. 해외 단체 참배객들도 있었다. 일본에서 찾아온 히나코(70대·가명) 씨는 해설사의 설명을 공책에 받아적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는 "슬프다"고 짧게 대답했다./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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