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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기초과학 중심지’ 바이츠만연구소의 점심은 평화로웠다. 연구실을 나와 신약 개발 토론을 하며 삼삼오오 식당으로 몰려가는 연구진 사이에선 중동 전쟁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불과 15㎞ 떨어진 텔아비브가 총을 든 군인들로 북적이는 모습과는 정반대다.
연구진 사이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인력이 쉽사리 눈에 띈다. 바이츠만연구소 연구자 2300명 가운데 22%(500명)가 외국인이다. 불안한 중동 정세에도 인력 이탈 현상은 없었다. 이곳 직원인 갈리트 발린 씨는 “이곳에 30대 직장인 서는 전쟁과 테러의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구가 1000만명밖에 안되는 이스라엘에서 세계 3대 기초과학 연구소인 바이츠만연구소가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우수한 인재와 정부의 파격 지원에 있다.
바이츠만연구소는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 하임 바이츠만 박사가 1934년 설립했는데, 연구소 소속 대학원생은 전액 장학 인터넷대학 금을 받고 연구진은 모든 생활을 캠퍼스 안에서 할 수 있다. 이 같은 토양에서 노벨상 수상자 1명과 인공지능(AI) 분야 최고상인 튜링상 수상자 3명이 나왔다.
모르데하이 셰베스 바이츠만연구소 석좌교수는 “국내외에서 매년 우수한 석박사 과정 신입생이 몰려온다”며 “활발한 인재 순환이 연구력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파산신청이란
글로벌 유수의 제약사가 바이츠만연구소에서 나온 혁신 기술을 받기 위해 ‘러브콜’을 던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단일 의약품 연 매출액이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독일 머크사 대장암 치료제 얼비툭스가 바이츠만연구소 기술력으로 탄생했다. 셰베스 교수는 “머크는 단순한 기술이전 사업 파트너를 넘어서 특정 연구 사업에 직접 투자까 한국장학재단 전환대출 신청 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최대 제약사인 테바는 바이츠만연구소와 손잡고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했다. 바이츠만연구소 원천기술을 통해 개발한 면역 조절제 코팍손을 1997년 미국에 출시하며 큰 성공을 거둔 것.
이전까지 중견 제약사에 머물렀던 테바는 2000년대 코팍손이 연 40억달러 이상 판매 대박을 치며 일약 이스 미소금융 햇살론 라엘을 먹여살리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00년 캐나다 2위 복제약 회사 노보팜 인수를 시작으로 수조 원을 들여 미국·일본·독일 등 유력 회사를 잇달아 인수·합병(M&A)했다.
지난해 테바의 매출액은 165억달러(약 24조원)로 국내 최대 제약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4조5000억원)의 5배가 넘는다. 몸집의 차이는 R&D 투자 격차로 이어진다. 테바의 R&D 투자비는 9억5000만달러로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3배 이상 많다.
바이츠만연구소는 왕성한 기초과학 연구에 나서면서 사업화 조직 ‘예다’를 통해 공격적으로 기술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개별 기업들이 예다에서 받은 기술로 의약품 등을 만들어 발생한 매출 규모는 연간 28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한국도 기초과학 불씨를 살려 바이오 기술 선점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투자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 컨설팅사 PwC·스트래티지앤드(Strategy&)에 따르면 바이오 기초과학 기반인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대학 졸업자 비중은 이스라엘이 27%로 한국(30%)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자국에서 태어난 원천기술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연 매출 10억달러 이상 의약품) 7개를 배출한 반면 한국에서는 단 한 개의 블록버스터 신약도 내지 못했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유니콘 기업 역시 이스라엘에는 두 곳이 있는 반면 한국은 전무하다.
한국에서 양적 연구는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첨단 바이오 분야 논문 증가율은 106%로 중국(203%)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연결되는 중요 논문 비율은 3%로 미국(40%), 유럽(39%), 일본(4%)은 물론 중국(15%)에도 밀린다.
오경수 기초연구연합회 총무이사(중앙대 약학부 교수)는 “국내 기초과학 연구 환경은 이스라엘과 많이 다르다”며 “일례로 한국은 통상 2년 차부터 매년 교수 개인에 대한 성과 평가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조교수를 대상으로 성과 평가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답이 될 수 없다”며 “대학 재정 여건상 조교수 연구비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재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초연구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레호보트(이스라엘) = 김희수 기자 / 서울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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