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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시메옹 샤르댕, ‘카드로 만든 집’, 1737년 추정,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미국 워싱턴 D.C.
언제부터 우리는 쉬는 순간조차 무언가를 손에 쥐어야만 마음이 놓이게 되었을까? 누군가는 산책을 하면서도 습관처럼 걸음 수를 측정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으면서도 감상을 어떻게 정리해 남길지부터 고민한다. 취미마저 자기 계발이나 부업의 기회로 삼으려는 '갓생' 열풍을 보며, 참 여유 없는 시대를 지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저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언가를 즐기기는 어려워진 걸까?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 시메옹 샤르댕(Jean Simeon Chardin)의 '카드로 만든 집'에는 한없이 쓸모없어 보이는 일에 몰두한 소년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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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앞에 앉은 소년은 위태롭게 서 있는 카드 탑을 바라보며 다음 한 장을 어디에 놓을지 신중하게 가늠한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는 카드 탑은 17~18세기 유럽 미술에서 인간의 덧없는 야망과 계획을 상징하는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오늘날에도 영어 표현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계획이나 체계를 뜻하듯, 이 그림 역시 인간 성취의 허무함을 일깨우는 교훈적인 작품으로 해석되곤 했다.
한편 미술사학자 마이클 프리드는 이 그림을 조금 다르게 읽어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몰입(absorption)'이다. 소년은 관객 쪽으로 반쯤 열린 서랍도, 바깥의 시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오직 카드 쌓기에만 빠져 있다. 프리드는 이렇게 몰입하는 시간을 '버려진 시간(time wasted)'이 아닌 충만하게 '채워진 시간(time filled)'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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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질 카드 집을 쌓는 일처럼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않는 행위라 할지라도, 온전히 몰입한 순간은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것.
우리는 어느새 결과와 무관하게 무언가를 즐기는 일에 서툴러진 듯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덕분에 명령어 몇 줄이면 글과 이미지, 영상이 뚝딱 완성되는 세상이니, 무언가를 만드는 데 직접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이 사치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결과물을 얻기 위한 수단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샤르댕의 소년이 곧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한 장 한 장 마음을 담아 카드를 올려놓는 까닭은, 무언가를 완성하는 기쁨 못지않게 그 과정에 몰두하는 즐거움을 아는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김에, 우리도 이따금 무너질 카드 집을 지으며 어딘가에 마음껏 무용한 정성을 쏟아보면 어떨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도 좋을 만큼 충만한 시간을 보내면서.
박지민 미술사 연구자·예술 계정 '크락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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